열 살 소년 존 코너(에드워드 펄롱 분)는 엄마 사라가 심각한 정신분열증 환자로 판정을 받아서 병원에 있기에 무심한 양부모 밑에서 크고 있다. 어느 날, 존은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T-1000의 존재에 기겁하는데, 생체세포로 덮인 인공지능 로봇 T-800(아놀드 슈왈제네거 분)의 도움으로 모면한다. T-800은 35년 후, 즉 미래의 존 코너가 과거의 자신을 지키기 위해 보냈노라 밝힌다.
존은 T-800에게 사람을 해치지 말 것을 부탁하고, T-800은 나름의 방식으로 그 약속을 지킨다. T-1000의 살벌한 추격을 피하면서 둘은 서로에게 각별한 존재가 된다. 한편 정신병원을 탈출한 사라는 사이버다인 시스템에서 일하는 스카이넷 개발자를 찾아간다. 사라에게는 너무도 선연한 1997년 8월 29일, 즉 핵전쟁으로 인류를 삼킨 심판의 날을 막기 위해서.
인류의 희망, 즉 미래를 지키려는 자와 쓸어버리려는 자의 대결 구도 속에서 린다 해밀턴이 연기한 사라 코너는 가장 눈부신 존재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심장 박동까지 느껴질 만큼 강인한 여전사의 모습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특히 정신 병원 탈출 신에서의 그녀는 다시 봐도 엄지를 치켜세우게끔 한다.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연기한 T-800은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그는 자신처럼 터미네이터인 T-1000과의 거듭되는 대결에서는 기계미를, 인간 존 코너와 점점 친해지는 모습에서는 인간미를 뿜는다. 린다 해밀턴과 아놀드 슈왈제네거에게 충분히 인생 캐릭터가 될 만한 역할들이고, 두 배우는 빼어나게 담아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새로운 세대의 팬들은 물론 처음 개봉 당시부터 시리즈를 사랑해주신 팬들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라고 3D 제작 의도를 전하며 “3D로 완성된 터미네이터는 완벽함 그 자체”라고 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대표하는 명대사 “I’ll be back”처럼 블록버스터의 고전이 3D로 차려입고 돌아왔다.
10월 24일 재개봉. 15세 관람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