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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야말로 자영업자들에게 물어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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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영 경제부 기자)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었습니다. 청와대가 자청해 연 이 브리핑은 지난 22일 발표된 ‘2분기 가계소득동향조사’ 통계에 대해 “상당히 개선됐다”고 홍보하기 위한 성격이었습니다. 조사에서 소득 하위 20%(1분위)와 상위 20%(5분위) 가구의 소득 격차가 16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현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보도가 쏟아지자 ‘공개 방어’에 나선 거지요.

이 수석은 소득 분배 악화가 전적으로 고령화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구조적 문제 때문에 지표가 악화됐을 뿐이고, 그나마 정책이 이런 문제를 상당히 개선했다”는 자평했지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청와대 설명과 반대로 “잘못된 정책이 구조적 문제를 더 악화시킨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구조적 문제가 심화되는 와중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줬고, 빈곤층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겁니다. 생업 현장에 있는 국민들도 전문가들과 비슷한 의견인 듯 합니다. 관련 기사에 달린 2000개 넘게 포털(네이버) 댓글 가운데 가장 추천수가 많았던 건 “문재인 정부 2년만에 갑자기 사람들이 늙어 버렸나”라는 비아냥이었으니까요.

청와대의 이번 발표는 관가에도 적잖은 충격을 줬다고 합니다. 설명 내용 때문이 아니라,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청와대 관계자가 한 “기자들은 노인일자리 종사자에게 가서 물어보고 기사 쓰라”는 발언 때문이지요. 지나치게 공격적인 데다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게 관료들의 평가입니다. 정부 부처의 한 고위공무원은 “정책 수혜자한테 효과성을 물어보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장학금 특혜를 받은 학생에게 장학금 받으면 공부 더 잘 되느냐고 물어보는 꼴”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누구에게도 공감을 얻기 힘든 이런 발언들이 어떻게 나왔을까요. 배경에는 소득주도성장이 ‘모두가 잘사는 경제’를 만들 수 있다는 청와대의 믿음이 깔려 있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정부가 자기반성보다는 ‘좋은 지표 홍보’를 강조하는 것도 “국민들의 오해는 우리 설명을 제대로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는 오히려 국민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소득분배에 있어 고령화 영향이 큰 것도, 지난해 6월 고용지표가 악화됐을 때 봄비가 많이 내려 일용직 건설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실제보다 적게 추계된 것도 일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때도 지금도 국민들이 분노했던 건, 외부 변수에 대응해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할 정부가 자기반성 없이 ‘남 탓’에만 몰두한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이쯤 되면 청와대야말로 현장에 가서 물어본 적이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기자들이 만난 자영업자들은 한결같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노인일자리에 종사하는 노인들도 “좋긴 하지만 정부 세금을 이렇게 막 써도 되나 마음이 편치 않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당장 내일 먹을 게 부족하더라도, 젊은 층과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이 반영된 거지요. 아르바이트생들조차 “일자리가 줄어 어렵다”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이번엔 언론이 청와대에 묻겠습니다. 지난해 최저임금은 ‘고용 악화 등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는 경제학자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16.4% 인상됐습니다. 현장에서 자영업자들의 아우성이 터져나왔지만, 올해 최저임금은 또 다시 10% 넘게 올랐습니다. 당시 정책을 설계하고 밀어붙였던 참모들은 “기다리면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 경제 지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언론이 만난 국민들은 이런 어려움에 절망하고 있었습니다. 정부는 이런 목소리에 귀 기울인 적 있습니까. 이젠 청와대가 답할 때입니다. (끝)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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