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미 준은 ‘건축은 여행’이라는 생각에 고건축물을 찾아다녔고, ‘건축은 물질’이라는 생각에 흙에서 건축에 대한 실마리를 얻고 소재가 가지고 있는 힘을 충분히 살린 공간을 지었다. 그와 시간을 함께한 사람들은 이타미 준을 대단히 특별한 감성을 지닌 사람, 따뜻한 인간미를 품은 사람, 그늘 속의 다양한 빛을 보는 눈이 있는 사람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스크린에 이타미 준의 건축물이 등장하는 매 순간 눈길을 사로잡지만, 특히 재건축할 계획이었던 곳의 벚나무 두 그루를 살리기 위해 교토에서 대나무를 실어와 벚나무와 대나무의 건축으로 완성한 ‘먹의 공간’(1998)은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의 표현처럼 시간의 맛이 더해졌고, 그의 바람처럼 자연 본래의 야성미가 있는 건축이었다.
평생 한국 국적을 유지했던 이타미 준-유동룡은 일본에서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서는 재일교포라는 이유로 그 어디에도 섞이지 못하는, 경계에 서있는 이방인의 삶을 살았다. 건축가이지만 도공의 마음으로, 석공의 마음으로 건축에 임했던 그가 엄청난 산고를 통해 탄생시킨 건축물은 뿌리를 내렸다. 그곳에서 살고 있는, 혹은 그곳을 보러 온 이들의 마음속에.
‘이타미 준의 바다’를 본 관객은 그가 한국에 남긴 건축물을 찾으러 다닐 듯싶다. 온양미술관(1982), 포도호텔(2001), 수풍석미술관(2006), 두손미술관(2007), 방주교회(2009)를. 그리고 시간의 온기가 촉촉이 배어든 건축과 마주할 것이다.
8월 15일 개봉. 전체 관람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