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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소비자가 사랑하는 호텔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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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은 한경 비즈니스 기자) 호텔업계는 내국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한창이다. 불안정한 해외 고객 수요와 공실률을 안정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여행사(OTA)와 호텔 공급과잉으로 호텔의 문턱도 낮아졌다. 호텔은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가격경쟁을 하고 정보기술(IT)·문화·유통·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과 연계해 거대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글로벌 호텔 브랜드와 국내 토종 호텔이 치열하게 맞붙는 지금 호텔업계 왕좌는 누구에게 돌아갔을까. 한경비즈니스가 2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2019 항공사·호텔·면세점 랭킹’ 조사를 실시했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호텔 브랜드를 하나로 통합해 조사했다면 올해는 같은 브랜드 내에서도 체인 호텔을 구분해 개별적으로 평가했다.

조사는 △객실 △부대시설(수영장·로비·비즈니스센터·사우나·식음업장 등) △접객 서비스(프런트·컨시어지 등) △비용 대비 만족도 △가족·지인 추천 등 5개 항목으로 평가했다. 조사 대상은 한국관광공사의 인증을 받은 전국 5성급과 4성급 호텔이다. 소비자가 직접 이용해 본 호텔 3곳을 고른 후 해당 호텔에 대한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호텔신라, 2년 연속 1위

호텔 평가 순위는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출렁였다. 2위부터 10위까지 모든 호텔 브랜드가 뒤바뀌었다. 하지만 1위만큼은 굳건했다. 신라호텔 서울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1위의 영예를 안았다. 신라호텔 서울은 5개 평가 항목 가운데 접객 서비스(67.2점), 비용 대비 만족도(53.1점), 가족·지인 추천(54.7점) 등 3개 항목에서 1위를 차지했다.

세부 항목 중 접객 서비스, 가족·지인 추천은 예상할 수 있는 순위였지만 비용 대비 만족도 1위는 의외의 결과였다. 신라호텔은 서울 시내 호텔 중에서도 최고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동급의 다른 호텔과 OTA 최저가(7월 20일 기준)를 비교해도 10만원 넘게 차이가 난다.

호텔은 소비자의 관여도가 높고 재구매 고객이 많은 카테고리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가치가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신라호텔 서울이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비용 대비 만족도 1위에 오른 것은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만족할 만한 경험을 제공했다는 뜻이다.

신라호텔 제주 역시 8위(총점 256.2점)에 안착하며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객실, 부대시설, 접객 서비스, 가족·지인 추천도 항목에서 고루 좋은 점수를 받았다.

신라호텔 제주는 6월 한 달 동안만 33개의 체험형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36개월 된 아이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부터 제주 역사 탐방, 해양 레포츠 캠프 등 10~13세 어린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연령대별로 구성된 프로그램들로 자녀 동반 가족 고객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2위는 신도림역 인근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이 차지했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를 이용했던 고객들은 ‘객실(72.2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올해로 개관 8년을 맞이한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 객실은 29층부터 40층에 들어서 있다. 가장 낮은 단계인 딜럭스 객실에서도 다른 호텔의 동급 객실에서 찾기 어려운 전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던 요인이다.

또한 타원형 형태의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 건물 특성상 같은 층이라도 호수마다 각기 다른 모양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호텔을 여러 번 방문하는 고객들이 호텔 객실 이용의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또 다른 이유는 침대 크기다. 다른 호텔과 달리 트윈 객실(객실 내 침대 2개)에 1인용 침대가 아닌 더블베드 2개가 놓여 있어 가족 단위 고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은 가족·지인 추천(52.8점) 항목에서 2위를 차지했다. 숙박 시 호텔과 연결되는 복합몰 ‘디큐브시티’에서 백화점·영화관·뮤지컬 등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점도 호캉스족의 마음을 샀다. 비용 대비 만족도(52.8점) 역시 신라호텔서울에 이어 2위에 올랐다.

3위는 부산 기장군에 있는 힐튼 부산에 돌아갔다. 힐튼 부산은 특히 부대시설(67.1점) 항목에서 파라다이스시티와 신라호텔 서울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호텔 내에서 레저·쇼핑·문화생활까지 모두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장의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수영장은 힐튼 부산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힐튼 부산은 국내 최대 규모의 인피니티 풀을 보유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호텔 2층에 자리한 성인 전용 인피니티 풀과 10층에 자리한 맥퀸즈 풀까지 총 3개의 수영장과 6612㎡(2000평) 규모의 온천 시설까지 즐길 수 있다.

또한 복합 리조트 단지인 ‘아난티 코브’에 자리해 아난티 코브의 15개 식당·카페·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서점 등 다양한 문화생활이 가능하다. 부산 지역에서 가장 큰 연회장을 보유하고 있어 컨벤션이나 전시·회의 등 MICE 경쟁력 또한 갖췄다. 이런 장점 때문에 힐튼 부산은 주변 호텔에 비해 높은 가격대임에도 불구하고 만실 행진을 이어 가며 부산 호텔 중 이례적으로 오픈 첫해 흑자를 기록했다.

힐튼 부산은 글로벌 호텔 체인답게 접객 서비스(60.5점) 항목에서도 신라호텔 서울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호텔 덕에 ‘핫플’ 된 인천

힐튼 부산을 포함해 올해는 지방에 있는 호텔들이 약진했다. 이들은 호텔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는 ‘데스티네이션 호텔’을 대표한다.

특히 눈에 띄는 지역은 인천이다. 파라다이스시티(4위), 그랜드하얏트 인천(5위), 네스트호텔(9위) 등 인천 지역 랜드마크로 떠오른 호텔들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이들은 모두 인천공항공사가 소유한 인천시 중구 운서동 일대 토지에 들어서 있다. 공항과 가까우면서도 서울에서도 접근성이 좋다. 서울을 떠나 조용한 지역에서 호캉스를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도, 인천을 찾은 환승객들에게도 안성맞춤인 지역이다. 특히 파라다이스시티와 네스트호텔은 글로벌 호텔 체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얻어 눈길을 끌었다.

4위를 차지한 파라다이스시티는 부대시설(62.5점) 항목에서 2위, 객실(62.5점) 항목에서 3위, 가족·지인 추천(52.5점) 항목에서 3위를 차지하는 등 좋은 점수를 받았다. 파라다이스시티는 국내에서는 압도적인 규모의 복합 리조트 단지다. 조성에 총 1조5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고 전체 부지는 축구장 46배 크기인 33만㎡(10만 평)에 달한다. 파라다이스시티가 ‘복합 리조트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이유다.

부대시설 항목에서 2위를 차지한 만큼 동북아 최대 규모 클럽 ‘크로마’, 대규모 스파 시설 ‘씨메르’, 예술 전시 공간 ‘아트 스페이스’, 쇼핑 아케이드 ‘플라자’, 실내형 테마파크 ‘원더박스’, 신개념 다목적 스튜디오 ‘스튜디오 파라다이스’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췄다.

지난해 조사에서 ‘그랜드 하얏트’는 15위에 그쳤지만 올해 그랜드 하얏트 인천이 단숨에 5위(총번 270점)에 올랐다. 그랜드 하얏트 인천은 객실(70점) 항목에서 2위를 차지하고 접객 서비스(58.3점) 항목에서 4위를 기록하며 하얏트 브랜드의 자존심을 지켰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호텔인 그랜드 하얏트 인천은 501개 객실의 ‘웨스트 타워’와 523개 객실의 ‘이스트 타워’에 총 1024개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북미를 제외한 하얏트호텔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1024개 객실을 보유한 그랜드 하얏트 인천은 총 45개의 스위트 객실과 31개의 레지던스 객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의 야경과 서해안의 낙조가 아름다운 ‘에어포트 뷰’ 객실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9위(총점 247.2점)를 차지한 네스트 호텔은 올해 조사에서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네스트 호텔은 2014년 국내 최초로 스타우드 디자인 호텔스 멤버에 등재됐다. 서해에 있는 만큼 전 객실에서 일출과 일몰을 감상할 수 있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2017년부터 불기 시작한 ‘호캉스’ 열풍은 매년 휴가철마다 돌아오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1위부터 10위까지의 모든 호텔이 수영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복합 리조트 내에 있는 힐튼 부산, 파라다이스시티나 복합몰과 연결된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이 10위권 내에 자리했다. 이는 호텔이 숙박업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레저 등 다양한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합하며 ‘융·복합적 공간’으로 거듭나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글로벌 호텔 체인 메리어트 계열 중에서는 JW 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서울이 6위, 서울 서초구에 있는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이 10위를 차지했다.

작년 총점 2위를 차지했던 콘래드 호텔은 11위로 떨어졌다. 객실(58.3점)과 부대시설(55.6점)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비용 대비 만족도(38.9점)와 가족·지인 추천(33.3점) 항목에서 30점대 성적표를 받으며 아쉬운 결과를 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3.30(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