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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소비 조장하는 '인싸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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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김종우 대학생 기자) “OO하면 올 겨울 나도 인싸” “나 빼고 다 있다, 20대를 위한 인싸템 추천”

최근 SNS 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문구다. 인싸는 인사이더(Insider)의 줄임말로, 무리에 잘 섞여 노는 사람을 뜻한다. 더 넓은 의미로 유행에 앞서가는 사람들을 뜻하기도 한다. 젊은 층에서는 인싸가 춘다는 이른바 ‘인싸춤’부터 인싸들이 사용한다는 ‘인싸템(인싸와 물건을 뜻하는 아이템을 합친 용어)’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인싸’ 열풍이 불고 있다.

대학가에서 인싸들은 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각종 모임과 술자리를 주도한다. 대학생들은 유행에 민감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인싸는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인싸 되는 법’을 묻는 대학생들의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인싸 열풍’을 아니꼽게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평범한 대학생들에게 소외감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대학생 A씨는 “인싸라는 단어가 유행한 뒤로 괜히 더 주눅 들게 된다. 원래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강의실에 혼자 앉아있기만 해도 눈치가 보인다. 삼삼오오 모여 떠드는 인싸 무리들을 보며 부럽기도 하고 소외감도 든다”라고 말했다.

전역 후 복학한 대학생 B씨는 “군대 때문에 학교를 떠나 있었더니 자연스레 ‘아싸(인싸의 반대말로, 무리에 잘 섞이지 못하는 사람을 뜻함)’가 됐다. 친구를 만들고 싶지만 개강파티 등 술자리에 가는 건 인싸들의 전유물이라 언감생심”이라고 말했다.

‘인싸템’으로 대변되는 ‘인싸 마케팅’을 향한 시선도 곱지 않다. 인스타그램에 ‘인싸템’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2만5000여개에 달하는 게시물이 나온다. 대부분 광고성 게시물이다. 소비자가 유행에 동조함으로써 소외되지 않으려는 ‘밴드왜건(Band wagon)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습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10대와 20대 대학생들을 겨냥한 상술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유정(성균관대 서피스디자인·22)씨는 “인싸 마케팅이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안사면 아싸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충동적인 소비를 조장하는 것처럼 보여 물건을 고를 때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무분별한 인싸 마케팅으로 인해 무엇이 진짜 유행인지 구분조차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실제로 포털에 올라온 인싸템 관련 광고 글은 이미 포화상태다. 각종 뷰티, 패션 아이템부터 탈모 기능성 샴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이 인싸템으로 홍보된다. 심지어 카페와 음식점에도 ‘인싸’ 수식어가 붙는다.

이현재(성균관대 행정학·24) 씨는 “온라인상에서 인싸템이라고 홍보하는 제품이 너무 많아 ‘나도 전부 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나보다 더 어린 학생들은 현혹되어 과소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해윤(중앙대 응용통계학·22) 씨는 “인싸와 아싸를 나누는 기준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왜 그렇게 집단을 나눠야 하나. 아무 데나 인싸라는 단어를 붙여 괜히 평범한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느끼게 한다”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유행을 이용한 마케팅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SNS의 정보 확산 속도를 바탕으로 관련 마케팅의 파급력이 더욱 향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인싸템 열풍은 SNS 주 이용자층인 10대와 20대를 노리고 있다.

김서현 서울 노원 발담심리연구소 상담심리학자는 “인싸가 되려고 애쓰는 심리의 밑바탕에는 왕따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이러한 심리를 악용한 상술이 한몫해 과도한 소비활동을 조장 한다”며 “이는 주체적인 소비가 아니므로 결국 정신건강을 헤치게 된다. 이런 병폐를 막기 위해 스스로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 그렇게 해야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행복한 사람이 된다”라고 말했다. (끝) /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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