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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인류 '루시' 사인은 추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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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태 IT과학부 기자) 1974년 에티오피아 북부에서 318만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화석인골이 출토됐다. 키 1.2m, 체중 26kg의 자그마한 이 화석에 과학자들은 ‘루시’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학계는 한동안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는 학명(學名)의 이 화석인골과 같은 종류 원인(猿人)을 최초의 인간으로 봐왔다. 이후 더 오래된 화석인골이 하나둘 발견되면서 루시는 인류의 어머니라는 지위에서 멀어졌지만 지금까지도 역사상 가장 유명한 고생물학 발견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그녀 유골이 발견된지 40년이 넘도록 정작 그녀의 죽음에 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그런데 불과 며칠전 그녀의 사인(死因)이 밝혀졌다. 최신 3D 분석 기술을 통해서다. 사인은 추락사로 나타났다.

존 캐플먼 미국 텍사스대 교수 연구진은 뼈를 입체로 분석하는 3D스캐너를 이용해 루시의 화석인골을 분석한 결과 그녀가 나무에서 추락해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리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29일자(현지시각)에 소개했다. 만에 하나 연구진이 맞다면 이번 발견은 나무에 살던 유인원이 두발로 걷게 진화했는지를 밝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는 2007년 에티오피아 국립박물관에 보관돼 있던 루시의 뼈가 잠시 미국 휴스턴 국립과학관에서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과학자들은 열흘간 전시를 마친 루시의 뼈를 텍사스대로 옮겨 컴퓨터단층(CT) 스캐너로 촬영했다. 연구진은 촬영된 정보를 바탕으로 가상의 뼈를 만들고 각각 분리돼 있던 뼈를 짜맞추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루시 오른쪽 위팔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어떤 힘이 뼈를 누를 때나 한쪽 뼈가 다른 뼈로 밀려들어갈 때 나타나는 응축성 골절의 흔적이 나타난 것이다.

캐플먼 교수는 “이런 골절은 발이 걸려 넘어지거나 엉덩방아를 찧을 때 나타나는 게 아니라 매우 높은 곳에서 추락할 때나 일어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3D프린터를 이용해 루시 어깨를 사람과 똑같은 크기의 입체 모델로 제작해 텍사스 오스틴본앤조인트병원의 정형외과 의사들에게 보냈다. 이들 의사들 역시 응축성 골절이라는 같은 소견을 냈다. 연구진은 루시 뼈가 골절된 원인이 추락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고 에티오피아로 날아가 실제 화석인골을 다시 분석했다. 루시 실제 화석은 여러 개 부러진 흔적이 나타나는데 이 중 상당수는 그녀의 사후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연구진은 골격이 완전히 부러지지 않고 골간의 일부분만 골절되는 불완전한 골절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응축성 골절을 발견했다. 이들 골절 부위는 나뭇가지가 부러질 때처럼 한쪽 방향으로만 금이 가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골절은 추락하면서 흔히 생기는 상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캐플먼 교수는 “루시가 발목부터 턱까지 여러 곳에 이런 골절상을 입었다”며 “루시가 나무에서 다리부터 떨어지면서 앞으로 한번 구르고 손으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시도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끝)/kunta@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3.09.23(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