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뒷 얘기

HSBC와 중국은행의 '홍콩 풍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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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건설부동산부 기자) 홍콩의 홍콩섬 북서쪽에 있는 ‘센트럴’ 중심가는 세계 유수의 대형 은행 본부와 고급 쇼핑몰 등 고층 빌딩이 즐비하기로 유명합니다. 이곳에 있는 HSBC 본사 건물은 옥상에 대포 모양의 조형물이 두 개 설치돼 있어 눈길을 끕니다. HSBC 옆에 있는 중국은행 타워와 풍수를 둘러싼 갈등이 원인이라고 하는군요.

1990년 완공된 중국은행 타워는 ‘커튼월’ 방식의 유리벽으로 이뤄졌습니다. 건물 디자인은 원래 대나무 순이 자라나는 모습에서 착안했지만 유리 재질이다 보니 칼날을 꽂은 듯한 날카로운 외관을 갖고 있습니다. 홍콩의 풍수 전문가들은 이 모습을 “칼날의 끝이 HSBC 건물을 향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중국은행 타워의 양기가 워낙 세다보니 HSBC가 재물과 기(氣)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죠. 이후 HSBC 건물은 부랴 부랴 사옥 옥상에 대포 모양의 기중기를 설치했습니다. 칼의 금기(金氣)를 대포의 화기(火氣)로 막기 위한 것이라는 게 풍수가들의 설명입니다.

홍콩은 아시아에서도 풍수를 유달리 중요시하는 도시로 유명합니다. 대형 건축물에서부터 집 설계에 이르기까지 전문 풍수사의 조언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죠. 한국 총영사관이 입주해 있는 홍콩섬 깜종(金鐘)의 ‘파이스트파이낸스센터’ 건물도 풍수학 적으로 재물이 붙지 않아 돈을 모으는 황금색으로 도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주상 코트라 홍콩 무역관은 “홍콩에서 풍수는 전문 컨설턴트의 영역으로 건물을 짓기 전 중요한 잣대가 된다”며 “풍수가 좋지 않으면 입주 기업이 손해를 본다는 속설이 있어 임대료에 차이가 나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풍수 전문가인 강해연 KNL 디자인그룹 대표는 “홍콩은 풍수 지리학상 중국에서 용의 여의주에 해당되는 땅이다”며 “홍콩인들은 홍콩이 잘되야 중국이 같이 번영한다는 믿음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3code@hankyung.com (끝)
(김동현 건설부동산부 기자) 홍콩의 홍콩섬 북서쪽에 있는 ‘센트럴’ 중심가는 세계 유수의 대형 은행 본부와 고급 쇼핑몰 등 고층 빌딩이 즐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