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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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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혁 증권부 기자) “최근 데뷔한 걸그룹을 만드는데 총 10억원을 썼습니다.”

최근 만난 A 엔터테인먼트 회사 관계자의 말입니다. 연예기획사들이 아이돌 그룹을 하나 만드는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10억원이라는 규모는 믿기 어려운 수치였죠. 그의 말은 사실일까요? 비용을 세부적으로 뜯어봤습니다.

일반적으로 아이돌 그룹이 조성되는 단계는 이렇습니다. 우선 멤버를 모읍니다. 기획사에서 직접 캐스팅 하기도 하고, 전문 캐스팅 업체에 의뢰해 소개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캐스팅 된 이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보고 여기서 통과한 멤버들과 ‘연습생 계약’을 체결합니다. 이때까지 투입되는 비용은 크지 않습니다. 발품 파는 시간비용과 캐스팅 업체에 지급하는 비용 정도죠. 연습생들에게는 따로 계약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연습생들과 그룹 조성 및 데뷔를 목표로 ‘본계약’을 체결한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비용이 발생합니다. 보컬, 댄스, 연기, 외국어 등 트레이닝 비용이 대규모로 들어갑니다. 네 가지 수업을 받는 것을 기준으로 1인당 2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죠. 5명이 2년에 걸쳐 트레이닝을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최소 2억2400만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트레이닝 기간이 길어지고, 수업종목(악기 등)이 늘어날 경우 비용은 더욱 상승하게 되죠.

숙소비용과 식비도 만만찮게 발생합니다. 일반적으로 같은 그룹에 들어간 멤버들은 한 숙소를 쓰게 됩니다. 엔터 업체 관계자가 자신이 키운 걸그룹의 2년6개월치 월세와 식비 및 교통비를 정산해 보니 1억2000만원 정도 나왔다고 합니다. 즉 데뷔를 준비하는 기간에만 4억원에 육박하는 비용이 발생하는 셈입니다.

데뷔를 목전에 두면 단기간 대규모 지출이 발생합니다. 5000만원에서 1억원 가량 투입되는 음반 제작비가 가장 큽니다. 뮤직비디오 제작에도 1000만~2000만원의 비용이 투입됩니다. 여기에 실질적인 활동을 할 때 필요한 차량, 매니저, 코디, 의상, 헤어샵 등에 들어가는 비용도 최소 1억원 이상이라고 하네요. 활동기간 홍보비는 연간 수억원 정도 들어갑니다.

결과적으로 2년에 걸쳐 그룹 조성을 준비했다는 A 엔터 관계자가 총 10억원을 썼다는 말은 허풍은 아닌 듯 합니다. 그렇다면 기획사(또는 투자자)들은 걸그룹으로 얼마의 매출을 기대하고 이렇게 대규모 자금을 투자할까요?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내에서 A급으로 인정받는 걸그룹이 1년에 70억~80억원 정도의 매출을 낸다고 합니다. 데뷔 이후 3~5년 정도 계약기간이 남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선 걸그룹이 뜨기만 하면 총 200억~35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셈이죠.

문제는 이렇게 A급으로 뜨는 걸그룹이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1년에 10억원 이하의 매출을 내는 소위 ‘중박’ 그룹을 만들면 기획사는 대부분 적자를 내게 됩니다. 그래서 엔터 업계에서는 걸그룹 투자는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는 말을 합니다.

그런데 요새는 기획사들이 걸그룹보다는 보이그룹 또는 밴드그룹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입니다. 씨앤블루, 2PM 등과 같은 그룹들이 해외시장 개척으로 100억~2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연매출을 기록하면서부터입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9.2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