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뒷 얘기

자식 하나고에 보내고도 자랑을 못하는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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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규 금융부 기자) 올초 1회 졸업생의 절반 이상을 이른바 ‘SKY’ 대학에 진학시키며 단숨에 명문고로 급부상한 고등학교가 있죠. 하나금융그룹이 세운 자율형사립고, 하나고입니다. 하나고는 설립 3년만에 뛰어난 입시실적을 올려 공부 좀 한다는 자식을 가진 부모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됐습니다.

이런 하나고에 자식이 합격했다면 부모에게는 큰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명문대 입학을 보장받았다고 해도 그리 과한 말이 아닐 정도니까요. 그런데 자식을 하나고에 보내고도 주변에 제대로 자랑도 못하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외환은행 임직원들입니다. 왜일까요.

하나고는 하나금융 임직원 자녀를 위한 전형을 따로 두고 있습니다. 전체 정원(200명)의 20%인 40명은 하나금융 임직원 자녀들로 채워집니다. 하나고가 최근 내년 신입생 합격자를 발표한 결과 외환은행 임직원 자녀 16명이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외환은행 노조가 연일 하나고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공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노조는 김 전 회장이 재임 시절 배임을 했다며 검찰에 고발까지 했습니다. 김 전 회장이 하나고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라는 게 노조의 요구입니다.

때문에 외환은행 임직원들은 자녀들이 하나고에 합격을 하고도 쉬쉬하는 분위기입니다. 직원들 사이에 ‘반동분자’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죠. 외환은행 노조도 김 전 회장에 대한 공격의 명분을 잃을까 봐 동료들의 자녀가 하나고에 들어가는 것을 애써 모른 척하고 있습니다.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게 모든 부모의 마음인데, 자식들이 하나고에 합격한 것을 두고 외환은행 노조가 동료 직원들을 비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직원들이 대놓고 자랑하기도 힘든 상황이죠. 이래저래 시끄러운 하나고입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김일규 금융부 기자) 올초 1회 졸업생의 절반 이상을 이른바 ‘SKY’ 대학에 진학시키며 단숨에 명문고로 급부상한 고등학교가 있죠. 하나금융그룹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