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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SNS 재개' 왜?…조국은 대권주자 될 수 있을까 [정치T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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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활동으로 '조적조' 등 별명 얻고 송사 휘말려
그럼에도 하루 동안 SNS 글 12개 올리기도
"여전히 대권도전 가능, 영향력 유지하려는 것"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을 재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조국 전 장관은 과거 SNS에 올린 글이 1만5000개가 넘을 정도로 활발한 소통을 해왔지만 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 가족의 입시 비리, 사모펀드 의혹 등이 불거진 후에는 SNS 활동을 중단했었다.

한동안 정치권에서 잊혔던 조국 전 장관은 SNS 활동으로 다시 화제 중심에 서고 있다. 조국 전 장관은 하루 평균 5~7개의 게시글을 꾸준히 올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25일엔 하루 동안 12개의 SNS 글을 게시했다. 대부분 기사나 다른 네티즌의 글을 공유한 것이었지만 한 게시글을 통해서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김근식 경남대 교수(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을 직접 거론하며 저격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장관의 SNS 활동 재개가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도리어 여권에 부담이 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조국 전 장관은 그동안 SNS를 통해 쏟아낸 글들이 현 상황에 맞춤형으로 반복되면서 '조스트라다무스(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의 이름에 조국 전 장관의 성을 붙인 별명)' '조만대장경(조국 전 장관과 팔만대장경을 합친 말)'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 등의 별명을 얻었다.

일례로 조국 전 장관은 7년 전인 2013년 11월 SNS상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글을 공유(리트윗)하며 "더럽고 치사해도 버텨주세요"라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했다. 윤석열 총장은 당시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를 하다가 수사에서 배제됐었다.

조국 전 장관은 SNS 활동으로 여러차례 송사도 겪었다. 한 시민단체 구성원을 모욕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가 하면, 윤석열 총장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발 당하기도 했다.

게다가 SNS 활동은 조국 전 장관 일가 재판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올 8월 남편인 조국 전 장관 측에 SNS 활동을 자제하라고 주의를 줬다. 조 전 장관은 당시 딸의 입시 비리 의혹을 수사한 검사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감찰을 촉구하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장관이 SNS 활동을 통해 '정치적 복권'을 시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조국 전 장관은 SNS를 재개하면서 자신에 대한 허위사실과 명예훼손에 대해 "하나하나 따박따박 대응하겠다"고 했다.

한 전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친문(친문재인) 진영 내에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를 제외한) 제3의 대선후보 찾기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면서 "조국 전 장관도 각종 재판에서 혐의를 벗으면 충분히 대안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조국 전 장관의 SNS 재개는 이를 염두해 둔 것이라는 풀이다.

조국 전 장관의 대권 도전설은 이미 오래전부터 정치권에서 회자돼 왔다.

조국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SNS에 부산·경남 지역의 대표 소주 '대선', 하이트진로의 '진로', 무학의 '딱 좋은데이' 소주병을 나란히 늘어놓은 사진을 올렸다. 병이 나열된 순으로 읽으면 '대선 진로 딱 좋은데이'가 된다. 이를 두고 조국 전 장관이 대권 도전 의지를 에둘러 드러낸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정치평론가인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여전히 친문 중심에는 조국 전 장관이 있다. 대권 주자로 부상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최진 원장은 "현 여권에서는 친문 핵심과 교감이 가능한 대권후보가 전무하다. 조국 전 장관에게 여전히 기회가 있다는 얘기"라며 "직접 출마하진 않더라도 현 지지층을 유지하면 내년 4월 재보궐, 내후년 대선 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SNS 활동을 재개한 것은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조국 전 장관이 대권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현재 조국 전 장관이 SNS를 재개한 것은 정치적 동기보다는 본인의 억울함을 해소하려는 목적이 더 큰 것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SNS 재개 목적은) 본인 외에는 모르는 영역이니 정확히 뭐라고 분석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반면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조국 전 장관은 이미 희화화된 인물"이라며 "희화화된 정치인은 일반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대권은커녕 어떤 방식으로든 정치권 복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장성철 소장은 "조국 전 장관이 SNS를 재개한 것은 정치적 복귀를 위한 포석이라기보단 문재인 정권을 지켜야 한다는 급박함이 더 큰 이유라고 본다.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목적으로 보인다"면서 "본인의 입장은 모르겠지만 정치 복귀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도 조국 전 장관을 복귀시키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조국 전 장관이 SNS 활동을 재개한 이유를 심리적 원인에서 찾기도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 전 장관) 정신상태가 걱정된다. 이상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의 괴리를 검찰과 언론의 탓으로 돌리고 싶은 모양"이라면서 "언론과의 전쟁은 두 자아의 분열을 해소하기 위한 자가 심리요법이다"고 했다.

이어 "자신의 민낯이 다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이상적 거울상'을 유지하는 데에 집착하는 것"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조국 부대의 수는 줄어들고 열정도 점점 가라앉을 것이다. 그 결손을 새로운 환상으로 보충하기 위해 뒤늦게 언론과의 전쟁을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TMI는 '너무 과한 정보(Too Much Information)'의 준말입니다. 꼭 알지 않아도 되는 정보지만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정치 뒷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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