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편집국장 오늘의 뉴스

“백신 나와도 코로나 경제는 끝나지 않는다”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백신 나와도 코로나 경제는 끝나지 않는다”

오늘은 좀 심각한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내년에 코로나 백신이 나와도 지금 같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그냥 흘려 버리기에는 스피커의 명성과 전문성이 너무 높습니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지긋지긋한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예전처럼 뉴욕과 로마로, 도쿄와 다낭을 활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접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명돈 서울대 교수의 진단입니다. 그는
“코로나 재확산은 충분히 예견돼온 것이며, 백신이 나오더라도 코로나 유행은 쉽사리 종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봉쇄와 거리두기 등을 통해 유행을 억제하고 의료시스템 부담을 완화시킬 수는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말했습니다. 요즘 말로 확증 편향적인 화법입니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 침투 부위가 신체 외부에 위치한 호흡기여서 다른 질환에 비해 완벽한 백신이 나오기를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백신 접종 후 예방률이 90%에 달하는 간염은 백신으로 만들어진 체내 항체나 면역세포가 간세포로 이동해 바이러스를 죽이는데 반해, 코로나가 침투하는 호흡기 중 상기도를 이루는 기도 점막, 비강(코) 등은 우리 몸 밖에 있어 면역세포가 이동할 수 없다는 겁니다.

오 교수와 비슷한 전망을 내놓은 전문가는 또 있습니다. 세계적 면역학자로 영국연구혁신기구(UKRI) 최고 책임자를 지낸 마크 월포트(67) 박사입니다. 그는 얼마전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는 천연두처럼 백신으로 사라지게 할 수 있는 병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코로나가 백신 개발이 마무리되는 내년 말에 종식될 것”이라고 밝힌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의 기대 섞인 전망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입니다.

그 이유는 코로나가 한번의 백신 접종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바이러스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앞서 오 교수가 제시한 이유와 맥이 닿아있는 것인데요, 독감 예방주사처럼 상시적이고 반복적인 접종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월포트 박사는 “이 바이러스는 영원히 인류와 함께 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우리 모두는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90% 경제’ 이하의 상황도 각오해야

그동안 온갖 불편함을 감수하며 코로나 종식을 기다려온 사람들에겐 맥 빠지는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 또한 놀랍고 실망스럽습니다. 이번 2차 대유행의 고비를 잘 넘긴 뒤 내년에 쏟아질 치료제와 백신을 잘 활용하면 만사가 해결될 것으로 여겼거든요. 그리고 무섭기도 합니다. 코로나 종식이 아니라 이제 인류가 전력을 다해 경제활동을 하는 시대가 끝나는구나 하는 두려움이 몰려옵니다.

이 대목에 대한 오 교수의 진단도 무척 냉정합니다. 코로나 유행과 확산을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의미도 반감될 수 밖에 없으며 거리두기의 수준은 구성원들의 사회적 합의로 결정될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방역과 경제 중에 어느 쪽에 비중을 둘 것이냐의 선택은 방역당국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국민과 시민들이 몫이 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아, 정말 이런 상황은 우리가 한번도 예상하지 못한 것 아닌가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몇 달 전에 코로나 경제를 ‘90% 경제’로 지칭한 것이 떠오릅니다. 자동차로 치면 최대 출력의 90% 밖에 달리지 못한다는 의미인데요, 올해 마이너스 20%가 예상되는 미국과 일본의 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90%도 많이 쳐준 것 같습니다. 마스크 일상화와 국경 이동의 제약, 경제활동의 비대면화라는 환경에서 평소의 90%에 해당하는 생산과 소비와 소득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백신이 나와도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는다면, 개인과 기업, 정부 모두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행동계획을 짜야할 듯 합니다. 그것은 경제의 회복 가능성이 단시일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고용과 복지, 교육과 삶의 질이 모두 후퇴할 것이라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인류는 언젠가 새로운 환경에 완전히 적응하겠지만, 그 과정은 누군가에게 대단히 고통스럽고 고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지현 기자가 A1,2면에 자세한 내용을 실었습니다.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최종현 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기리는 이유

오늘은 SK그룹 창업주인 최종현 회장이 타계한지 22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한경은 많은 기업인들의 업적과 정신을 기억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국민적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각별한 마음으로 최 회장의 이야기를 전해드려야할 것 같습니다. 최 회장이 바이오 사업 진출을 결정한 것이 1987년이었습니다. 20년, 30년 뒤에 그룹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옛 선경합성 안에 생명과학연구실을 설립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최태원 회장이 이 뜻을 이어받아 요즘 한창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승인을 받은데 이어 SK바이오사이언스는 빌 게이츠가 코로나 백신 개발에 선두기업으로 꼽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원료의약품 기업인 SK팜테코와 SK플라즈마도 활약도 눈부십니다. 이 모든 사업의 주춧돌을 그 옛날에 놓았다는 것이 신기하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A14면에 안재광 기자입니다.

▶ 관련 기사 바로 가기

한국경제신문 편집국장 조일훈

(끝)
  • 뉴스레터 신청하기
  • 뉴스레터 추천하기

오늘의 신문 - 2024.04.20(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