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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자금, 주식시장으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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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자금, 주식시장으로 이동

부동산 시장을 탈출한 자산가들의 뭉칫돈이 증권시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보유세 급증과 주택투자에 대한 강력한 세금 응징으로 더 이상 부동산시장에서 돈을 벌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물론 주식이나 채권 등이 그렇게 매력적인 것은 아닙니다. 주가는 전 세계적으로 ‘비정상적 과열’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고 채권 수익률도 변변치 않은 실정입니다.

하지만 일단 부동산은 아니라는 것이 부자들의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세금도 세금이지만, 온갖 명목의 조사와 앞으로 나올 ‘더 센 대책’을 견딜 생각을 하면 엄두가 안나는 모양입니다. 당분간 부동산 시장의 자금흐름은 1주택 실수요자들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것이 시장의 안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월세 규제까지 겹쳐 시장의 불확실성은 조금도 작아지지 않았습니다.

한경 증권부가 금융사 PB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부동산에서 빠져나온 자금들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를 알아봤습니다. 고액자산가들의 80%가 주식을 선호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실제 서울의 ‘꼬마빌딩’ 살 돈으로 LG화학이나 네이버 사 달라는 자산가들이 많다고 합니다. 부동산에 치우쳐있던 투자가 금융시장으로 일부 다변화되는 것은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하는 것과 별개로, 증권이든 부동산이든 자산시장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은 유념해야할 듯 합니다. “단기 시장변화나 수급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면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순발력만으로 주식투자의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처럼 오르는 주식만 계속 오르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단기 급등은 반드시 조정을 부르는 것이 그동안의 경험입니다. ‘뉴노멀’에도 이런 경험은 먹힐 겁니다. A1,3면에 박재원 박의명 기자 등이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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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비서실 일괄 사의, 뭔가 이상하다

통상 비서들이 사표를 낼 때는 보스와의 교감 내지는 이심전심이 작용합니다. 보스의 뜻에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사표를 내기는 어렵습니다. 비서들이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그만 두거나, 그만두게 해야할 상황이면 인사권을 쥔 보스가 직접 교체를 발표하는게 상례입니다. 조직 쇄신이나 세대 교체와 같은 인사상의 명분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 비춰볼 때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비서실 소속 수석비서관 5명 전원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사전에 충분한 소통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했지만, 청와대가 사의 수용 여부를 검토중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부동산 문제로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된 데 따른 책임을 지기 위해 사표를 냈다고 하는데, 왜 민심 수습용 명분을 대통령이 아닌 비서들이 먼저 들고나온 건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상황에선 좋은 모양새의 인사를 하기는 틀린 듯합니다. 사태를 수습하는 대통령의 선제적 기회가 날아간 탓도 있지만, 전격적으로 이뤄져야할 사의 표명과 사표 수리·반려가 늦어지면서 또 다른 논란이나 피로감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으로, 다주택 처분 문제 등으로 대통령을 보좌하는 핵심 구성원들이 모두 그만두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입니다.

한편의 블랙 코미디를 보는 것 같습니다. 당사자는 심각한데, 관객들은 실소를 합니다. 정책 실패에 대한 문제라면 비서실이 아니라 정책실이 책임져야 했겠죠. 정책실에 별말이 없는 걸 보면 진짜 노영민 실장이나 김조원 민정수석의 다주택 관련 논란이 이번 일괄 사의의 배경인 것 같습니다. 김 수석이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몰아 자신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에게 잉여주택을 무조건 매각토록 한 조치를 불만스러워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A6면에 김형호 기자가 청와대 분위기를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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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세 가지

얼마 전 어느 경영자로부터 들은 얘기입니다. 세상에 없는 것이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비밀이고, 둘째는 정답이며, 마지막은 공짜라는 것입니다. ‘비밀’의 경우는 최근 드러난 윤미향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부실회계 파문이나 조국 전 장관 일가의 비리 의혹 등의 케이스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정답’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사안을 판단하거나 결정을 하는데 사전에 정해진 답은 없으며 능동적이고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취지일 겁니다. 낡은 관행이나 안일한 루틴을 경계하자는 취지도 담겨있을 테고요. 인간과 기업의 창의적인 행동은 모두 새로운 정답을 향해 나아가는 몸부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 ‘공짜’의 경우는 금융부 송영찬 김대훈 기자가 A2면에 쓴 ‘의도적 먹튀 의심받는 블루문 펀드…고수익 좇던 2030의 뒤늦은 후회’를 보시면 바로 아실 겁니다. 가전제품 의류 등의 동산(動産)을 담보로 연 10%가 넘는 고수익을 약속하고 투자자들을 모았다는데요, 그 결말은 500억원이 넘는 개미들의 피해로 나타났습니다. 공짜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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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편집국장 조일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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