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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재산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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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재산은 무엇인가

전·월세 세입자에게 최소 4년의 임차 계약을 보장하고 계약을 갱신할 때 인상률을 5%내로 제한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내년 6월부터는 전·월세 신고제도 시행됩니다. 집 주인 입장에선 과도한 재산권 침해일 수 있습니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이 정도의 재산권 행사 제한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부와 여당의 판단입니다.

이른바 ‘임대차 3법’은 의도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요? 전·월세 가격의 하향 안정화로 집 없는 서민이나 청년들이 언제든지 주택을 구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문재인 정부는 다른 정책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인간의 기본권인 재산권을 지나치게 경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장과 재산권의 유기적인 작동을 언제든지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오판하고 있습니다.

재산을 일구고 지키는 것은 인간의 본성입니다. 설명을 좀 드리겠습니다. 재산은 생명체들이 만드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재산 1호가 집인 것처럼 곤충은 고치, 조류는 둥지, 포유동물에게는 토굴이 가장 중요한 재산입니다. 생명활동을 유지하고 생존경쟁을 펼치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동물들의 영역 표시나 어린 아이들이 손에 쥔 장난감을 한사코 다른 아이에게 주지 않으려는 것도 같은 원리의 반응입니다.

재산은 생존 뿐만 아니라 자신의 존재 가치를 구현하는 데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자기 재산을 챙기는 것을 탐욕적이라고 보는 그릇된 통념 때문에 재산과 재산권에 대한 많은 오해들이 생겨났지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내는데 재산 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습니다. 어떻게 재산을 모았느냐에 따라 명예와 평판이 생겨나고, 어느 정도를 보유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달라집니다. 이것은 결코 속물적인 진단이 아닙니다. 사유재산 체제가 확립된 이후 인간의 본성이 그렇게 작동한다는 겁니다.

재산에 대한 애착은 결코 부도덕한 것이 아닙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모든 종교들은 절도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남의 것을 빼앗으면 안된다는 규칙은 아주 오래 전에 확립된 도덕률입니다. 사냥이나 채집을 통해 획득한 식량은 약간의 공동체 몫을 제외한 뒤 언제나 당사자의 몫이었습니다. 재산형성에 기여한 사람에게 재산권이 돌아가는 원리는 근대 시민사회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독재정권이나 공산주의 체제가 아니라면 이 이상 정의로운 기준은 없습니다. 만약 이 방식이 정의롭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이어져 오지 않았을 겁니다.

소멸의 길로 들어선 전세

전체주의 사회에선 지도자가 제시한 사회적 목표에 따라 재산의 최종 귀속지나 권리의 행사가 규제를 받습니다. 도덕률도 바뀝니다. 재산형성에 기여한 정도가 아니라 지도자의 목표에 부합하느냐 여부가 기준입니다.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임대차 3법’의 사회적 목표가 재산권을 전체주의 방식으로 훼손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법으로도 목표가 달성되지 않는다면 재산권을 더 제약하는 방향의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면한 문제는 집 주인들의 태도입니다. 세입자의 권리를 강화하면 필연적으로 임대인의 권리는 약해집니다. 재산권이 제약을 받으면 재산의 가치도 떨어지게 돼 있습니다. 본인이 열심히 일해서 모은 재산에 타인의 권리가 과도하게 얹히면 누구든 불안하고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집 주인들이 생각할 수 있는 첫 번째 카드는 전·월세를 놓지 않는 겁니다. 집을 팔든지 아니면 자신의 권리를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움직임이 도미노식으로 확산돼 많은 집 주인이 전·월세를 철회하고 사고 파는 거래 위주로 시장이 흘러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세입자들은 갈 곳이 없습니다. 주택을 살 여건이나 능력이 모자라는 사람들은 종전보다 훨씬 불리한 조건에서도 불가피하게 세를 놓을 수 밖에 없는 소수의 집주인들에게 매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임대료를 묶어놓았으니 또 다른 ‘전세 로또’가 탄생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죠.

또 전세의 상당 부분은 월세로 돌아설 겁니다. 집 주인들은 이자도 얼마 되지 않는 목돈을 받아놓고 세입자에게 끌려가느니, 월세로의 전환에 더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 주택시장에서 세입자들이 가장 꺼리는 월세살이가 만연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겁니다. 시장 분위기는 더 흉흉해지겠죠. 임대차 3법을 통과시켜놓고 “이제 서민 주거안정을 이룰 수 있게 됐다”며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는 여당 의원들이 책임을 져야할 겁니다. A1,3,4,5면에 관련 기사를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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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삼성화재를 포위한 네이버 연합군

자동차보험 시장 2~4위인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이 네이버와 협력해 부동의 1위인 삼성화재에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네이버의 강력한 플랫폼에 보험 상품을 얹어 시장 판도를 흔들어 보겠다는 겁니다. 네이버는 이들 보험사로부터 신규 계약당 보험료의 11%를 수수료로 챙긴다고 합니다. 네이버의 힘은 갈수록 세지고 있지만 유탄은 삼성화재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 튈 수도 있습니다. 보험 설계사들입니다. 지난해 손해보험 계약의 88%는 설계사를 통해 모집됐습니다. A1,12면에 임현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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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공기업 노조의 ‘술판 점거’

노원구의 주민편의시설 관리 등을 맡고 있는 공기업 노조가 무기계약직의 ‘일반직 전환’과 ‘정년 65세 연장’을 요구하면서 구청 로비를 불법 점거하고 술판 농성을 벌여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운동권 출신으로 투옥 경력이 있는 구청장도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다른 구청도 이번 사태를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는데요, 이번에 노원구가 밀리면 비슷한 분규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A2면에 박종관 기자 단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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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편집국장 조일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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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신문 - 2024.04.20(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