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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봐도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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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봐도 보이는 것들

제가 즐겨하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엔 안봐도 알 수 있는 것이 있다”입니다. 언제 어느 바람결에 들은 것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세상과 사물을 보는 직관, 오랜 경험과 관찰을 통해 축적한 합리적 추론의 힘을 지칭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정에서 다루는 객관적 증거와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것이기에 각자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주관적 믿음일 때도 있습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고소한 여성을 놓고 ‘피해 호소 여성’ ‘고소인’ 등의 회피성 표현들이 난무했습니다. ‘피해자’라는 단어를 쓰는 순간, 박 전 시장은 가해자로 확정되고 말것이라는 지지자들의 염려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진실을 알고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비록 두 사람의 관계를 직접 보지 않았더라도 말입니다. 무엇보다도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점에 주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법원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친형 강제입원’ 논란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로써 당선 무효 위기에 몰렸던 이 지사는 도지사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20% 안팎의 국민 지지도를 앞세워 차기 대선을 뛸 수 있는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습니다. 이 지사는 “거짓이 진실을, 정의를 이길 수 없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반색했지만 야당은 “법리적으로 무죄일지는 몰라도 정치적으로는 유죄”라는 논평을 냈습니다.

이번 판결과 관련, 배우 김부선 씨는 페이스북에 “무죄? ****”라는 욕설을 남겼습니다. 몇 년 전 이 지사와 스캔들 논란을 일으킨 사람이죠.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 지사에 대한 원한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그는 과거 이 지사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자신과 불륜 관계를 맺었으며 협박까지 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지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맞섰습니다. 김 씨와는 연인 관계가 아니었으며 변호사로서 도움을 주기 위해 몇차례 만났을 뿐이라고 반박한 것입니다. 김 씨가 허언증 환자라는 공격도 했습니다. 맞고소 사태로 치달은 두 사람의 대결은 김 씨의 주장을 입증할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아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는 많은 조연들이 등장합니다. 작가 공지영 씨와 나꼼수의 멤버인 주진우 씨입니다. 공 씨는 김 씨와의 대화를 통해 김 씨의 주장이 맞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주 씨가 ‘사건’을 덮기 위해 양쪽 사이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공 씨의 정치적 성향을 감안할 때 이 지사에 대한 비판은 이례적인 느낌이 있었습니다. 또 김 씨의 딸은 “대학 졸업사진을 정리하던 중에 어머니와 이 지사의 사진을 보게됐고, 고민 끝에 그 사진을 폐기해버렸다”는 주장도 내놓았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사건에는 김 씨 측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어떤 팩트를 근거로 어느 방향의 추론을 하든, 각자의 자유입니다.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신경을 쓰느냐”는 힐난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지사가 더 큰 정치적 무대로 나갈수록 자신을 둘러싼 논란들도 거세질 겁니다. 정치적이든, 법적이든, 자신이 주장하는 진실을 소명해야 하는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을 겁니다. A8면에 이동훈 남정민 기자가 이 지사의 정치적 앞날을 조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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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세가지

얼마 전 어느 경영자로부터 들은 얘기입니다. 세상에 없는 것이 세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비밀이고, 둘째는 공짜이며, 마지막은 정답이라는 것입니다. ‘비밀’의 경우는 최근 드러난 윤미향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부실회계 파문이나 조국 전 장관 일가의 비리 의혹 등의 케이스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 ‘공짜’의 경우는 IT과학부 최한종 기자가 A2면에 쓴 미국 유명인사들의 트위터 계정 해킹 사건이 안성맞춤입니다. 해커들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의 계정을 탈취한 뒤 “30분 안에 1000달러를 보내면 돈을 두 배로 돌려주겠다”는 글을 올리자 약 한시간만에 11만8000달러에 해당하는 비트코인이 송금됐다는 겁니다. 공짜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지만 공짜는 대부분 독을 품고 있습니다.

세 번째 ‘정답’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사안을 판단하거나 결정을 하는데 사전에 정해진 답은 없으며 능동적이고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취지일 겁니다. 인간과 기업의 온갖 창의적인 행동이 새로운 정답을 향해 나아가는 몸부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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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편집국장 조일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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