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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적 관점에서 살펴본 코로나 경제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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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적 관점에서 살펴본 코로나 경제전쟁

항공업계가 빈사 상태입니다. 충격적인 수치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3월 넷째주 인천국제공항의 국제선 이용객은 5만4600여명으로 1년전 같은 기간(132만1000여명)의 4% 수준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모든 국가들이 서로 빗장을 걸어잠궜기 때문입니다. 중세와 근대의 경계시대에 태어난 영국의 철학자 토마스 홉스가 생존경쟁에 나선 인간의 모습으로 제시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떠올리게 합니다.

항공업계가 이 모양이니 공항 생태계에 몰려있는 면세점-기내식-여행업계가 무사할 리 없습니다. 모조리 전년 대비 90%가 넘는 매출 급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 망해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다는 비명이 터져 나옵니다.

공룡은 1억5000만년간 지구 생태계를 지배하다가 빙하기에 멸종됐습니다. 우리는 공룡이 환경변화 적응에 실패해 사라졌다고 얘기하지만, 정작 공룡은 인간의 이런 분석과 촌평에 섭섭해할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생존이력은 아직 300만년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를 뛰어넘는다 하더라도 가까운 장래에 공룡의 빙하기 도래에 버금가는 치명적 바이러스에 봉착할지도 모릅니다.

자연계에서의 인간과 경제계에서의 법인(기업)은 변화에 적응해야 살아남는다는 점, 탄생-성장-쇠퇴-죽음이라는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많이 닮았습니다. 단 하나의 차이가 있다면 기업의 수명이 인간보다 훨씬 길 수 있다는 점이죠. 해외에는 200년, 300년을 이어가는 장수기업들이 많이 있습니다. 비록 지금 고초를 겪고있긴 하지만, 한국의 두산그룹도 올해로 124살입니다.

관건은 생존입니다. 코로나가 지나가고 나면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아남을 겁니다. 혹독했던 빙하기가 지구의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모든 생물의 진화를 촉진시켰듯이 지금의 위기 역시 기존 비즈니스 생태계를 파괴하고 기업들의 삶과 죽음을 냉정하게 가를 겁니다.

우리 항공업계는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까요? 제가 보기엔 자력으로 어렵습니다. 코로나 이전에 이미 과당경쟁이 펼쳐져 ‘제살 깎아먹기’를 하던 터였습니다. 변화에 가장 취약한, 다시 말해 생존능력이 떨어진 기업들부터 무너질 겁니다.

하지만 모두 망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언젠가 코로나가 물러나고 인천공항에 다시 하루 수십만명의 이용객이 넘쳐날 때 한국 항공사들이 건재해야 합니다. 우리 항공사들을 살려야한다는 국수적 주장을 하는게 아닙니다. 모든 국가들은 자국 기간산업을 살리는데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방역전쟁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겁니다. 내 나라 기업은 살리고, 남의 나라 기업은 죽여야 코로나 이후 산업패권을 거머쥘 수 있다는 심산입니다. 우리도 그 대열에 있어야 합니다.

비단 항공 뿐이겠습니까.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견인차였던 한국의 7대 제조업 기반도 모두 유지해야 합니다. 한번 무너진 산업생태계는 다시 복원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전자산업, 일본 반도체산업, 영국 자동차산업이 단적인 사례들입니다. 한때 번성했지만 이제는 자국에서 멸종돼버린 산업들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오너지배 기업과 전문경영인 기업, 수출과 내수업종을 가릴 때가 아닙니다. 모두 대한민국의 소중한 일자리고 달러박스이며, 우리의 아이들이 삶의 터전으로 삼을 곳입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기업들의 진화를 기다려야 합니다. 찰스 다윈은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개체들의 움직임을 관찰한 결과를 이렇게 들려줬습니다.

“개체들은 생존에 유리한 유전 물질을 자손에게 전달한다. 이같은 과정이 무수하게 반복되면서 새로운 변종들이 나타나게 된다. 여기서 다시 자연선택이 이뤄진다. 자연선택의 기준은 오로지 생존과 번식이다. 자연선택의 목표는 없다. 미래를 내다볼 필요도 없다. 단지 ‘살아 남는다는’ 결과만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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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편집국장 조일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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