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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초 영화

희망 재충전·코끝 찡한 애환…피로해소제 같은 영상 빛났다

“사랑이 어떻게 그렇게 변하니?” 슬픈 음악이 낮게 깔리는 가운데 한 여성이 울먹이며 마주 선 남성에게 말한다. 남성이 여성을 비웃으며 “사랑? 웃기…”라고 말하는 순간 여성은 남성의 뺨을 때린다. 알고 보니 남성은 무명배우, 지금은 영화 촬영 중이다. 감독은 “컷!”을 외치며 뺨 맞는 장면을 다시 연기하라고 계속 주문한다. 촬영이 끝나자 남성의 뺨은 빨갛게 부어 있다. 남성은 공원 벤치에 걸터앉아 차가운 박카스 병으로 뺨을 문지른다. 화면에는 “꿈을 향해 달리다 힘겨울 때 나를 아끼고 싶은 순간이다!”라는 자막이 흐른다. 주인공 무명 배우처럼 꿈을 좇는 젊은이들의 애환을 위로하고 힘을 내도록 격려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유머러스하면서도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김정원 감독의 ‘가장 나를 아껴주고 싶은 순간은 꿈을 향해 달리다 힘겨울 때다’가 제4회 박카스 29초영화제 일반부 대상을 차지했다. 영화제를 공동 주최한 동아제약과 한국경제신문사는 25일 서울 중림동 한경 사옥에서 시상식을 열고 김 감독에게 상장과 트로피, 상금을 전달했다.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가장 나를 아껴주고 싶은 순간은 OOO(이)다’. 출품작 가운데 373편이 1차 심사를 통과했고, 이 중 1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수상자에게는 총 2200만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수상작과 출품작 중 일부는 공중파와 케이블 TV에서 박카스 광고로 방영될 예정이다.

청소년부 대상은 대구 포산고에 다니는 오지현, 김윤진 감독의 ‘가장 나를 아껴주고 싶은 순간은 내 자존감을 높여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다’가 차지했다.

이 작품은 한 여학생이 “제가 좋아하는 애가 있는데요, 걘 다른 애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라고 독백하면서 시작한다. 이 여학생이 마음에 두고 있는 남학생도 사실 이 여학생을 좋아하지만 둘이 쉽사리 마음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 남학생은 “걔가 제 마음을 받아줄까요?”라고 주저하면서도 용기를 내 여학생에게 다가가 박카스 한 병을 내민다. 둘은 나란히 앉아서 같은 자세로 박카스를 마신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문인대 서울예술대 영화과 교수는 “일반부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 많았다”며 “대상은 박카스를 음용 외의 용도로 쓰는 창의성이, 최우수상은 직장인에게 폭넓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장선영 한국경제TV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시상식에는 가수 산이(San E)가 나와 축하공연을 했다. 영화제에 작품을 낸 감독과 지인 등 400여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자리가 모자라 일부는 서서 행사를 지켜보기도 했다. 참가자 가운데 13명이 드론, 액션카메라, 스마트워치 등 푸짐한 경품을 받아갔다. 이원희 동아제약 사장은 “29초영화제 열기가 이 정도일 줄 몰랐는데 시상식장에 와보고 놀랐다”며 “여러분이 우리 영화산업의 미래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