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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초 영화

"벼랑 끝 마지막 보호자는 법"…긴장감 넘치는 영상으로 '일반 대상'

명환은 채무이행 각서에 서명하지만 그 아래 보호자(보증인) 이름은 차마 적지 못한다.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다. 채권자들이 쇠몽둥이로 위협하며 “적어, 적으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순간, 떨리던 그의 손끝은 마침내 대한민국 헌법이라고 적는다.

법의 역할을 간결하면서도 긴장감 있게 묘사한 공승규·곽일웅 감독의 ‘대한민국 법은 우리들의 보호자이다’가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법무부 29초영화제 시상식에서 영예의 일반부 대상을 차지했다.

청소년부 대상은 신진호·최경석 감독의 ‘법은 (작은 사람들을) 위함입니다’에 돌아갔다. 실업에 처한 청년, 시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르바이트 학생 등에게 카메라 초점을 맞춰 이들을 지켜줄 수 있는 각종 법을 알려준다.

최우수상은 일반부에서 김민기·김영석 감독의 ‘법은 나에게 연애의 조건이다’가 받았다. 준법정신을 강조하는 여성이 사소한 위법행위를 하는 남자친구를 혼쭐내는 모습을 코믹하게 그렸다. 청소년부에서는 사람과 법은 서로를 존중할 때만 지켜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세련되게 표현한 김윤식 감독의 ‘법은 나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다’가 차지했다.

폭력으로부터 지켜주는 법의 역할을 애니메이션으로 그린 김한흠 감독의 ‘법은 나에게 벗이다’(일반부), 우리의 행동에 따라 법도 달라진다는 교훈을 전하는 우지우 감독 등의 ‘법은 나에게 거울입니다’(청소년부)가 각각 우수상을 받았다.

특별상 수상작들은 재소자들이 직접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감독들이 재능기부로 제작해 울림이 컸다. 김재현 감독의 ‘법은 나를 이끌어주는 반석이다’는 바둑판이란 마음 위에서 죄라는 흑돌과 법이란 백돌이 겨루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이장한 감독의 ‘법은 그림자다’는 법이 나를 괴롭히는 그림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자신이 그림자였다는 반전을 담아냈다. 김용철 감독의 ‘법은 나에게 스승이다’는 아빠가 멀리서 돈 버는 줄 아는 막내딸의 편지를 읽으며 지난날을 참회하는 재소자의 모습을 포착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영화 ‘하모니’의 소재인 청주여자교도소 하모니합창단이 축하공연을 열었다.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무용예술대학부 무용수 30여명도 화려하게 무대를 빛냈다. 최근 무대에서 넘어진 뒤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영상으로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됐던 신인 걸그룹 ‘여자친구’도 특유의 역동적인 군무를 선사했다. 참가자들은 추첨을 통해 삼성 갤럭시탭S2, 애플 맥북에어, 고프로카메라, 영화관람권 등 푸짐한 경품을 받았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