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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초 영화

재소자들이 후회와 눈물로 쓴 '29초'…"법의 참의미 깨달은 시간"

‘대한민국 법은 우리들의 보호자다’ ‘법은 나에게 인생사용설명서다’ ‘법은 나에게 학교다’ ‘법은 나에게 연애의 조건이다’ ‘법은 (작은 사람들을) 위함입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월 취임한 뒤 첫 대(對)국민 행사로 한국경제신문과 공동으로 개최한 ‘법무부 29초영화제’ 참가자들이 여러 각도에서 제시한 법의 의미다. 이번 영화제는 법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통해 법이 딱딱하거나 어려운 것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과 생활 속에서 함께 호흡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법은 서로를 믿고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등불’이란 가르침이다.

영화제를 시작할 땐 주최 측의 우려가 컸다. 영화는 사람의 감성에 호소해야 하는데, 비전문가인 일반 시민들이 딱딱하고 어려운 법을 영화로 잘 담아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출품작들은 예상보다 훨씬 뛰어났다. 청년 감독들은 재치 있는 영상을 보내왔고, 수감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녹여내 감동을 줬다. 부모 없이 자란 소년이 자신을 돌봐주는 소년원의 교정 공무원에게 “아빠”라고 부르며 차츰 변화해가는 모습을 담은 작품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엄정한 법 집행으로 인한 감옥살이에 분노하던 가장이 막내딸의 응원 편지에 힘입어 과거를 반성하고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한 수감자는 “시나리오를 쓰면서 참 많이 울었다”며 “법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며 잘못을 절실히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쓰는 행위 자체가 참회와 성찰, 수행이었다. 예술은 인간을 감화시키는 최고의 도구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반부, 청소년부 외에 법무부 산하 교정기관(교도소, 소년원, 소년교도소, 보호관찰소)에서 보내온 약 1400편의 시나리오에는 한순간의 잘못으로 옥고를 치르고 있는 수용자들의 지난날에 대한 회한과 사회에 정상적으로 복귀하고자 하는 열망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새로운 삶에 대한 뜨거운 의지도 새겨넣었다.

서울소년원, 안양소년원, 광주소년원 등에서는 같은 방을 쓰는 원생들이 바리스타, 마술, 제빵 교육 등을 통해 재기의 의지를 담아냈다. 학창시절에 수학처럼 어려웠던 법이 마음만 먹으면 수학보다 풀기 쉽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대목에서는 온기가 전해졌다.

재소자들의 우수 시나리오를 무료로 영상으로 옮긴 일반인 감독의 선행도 빛났다. 기존 29초영화제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100여명의 감독은 기꺼이 재능을 기부했다. 그들은 수용자의 갱생과 재기에 작은 힘이 되는 것을 큰 기쁨으로 여겼다. 재소자와 감독들이 영화를 함께 제작하는 순간 우리 사회도 한층 훈훈해졌다.

이번 영화제는 자유와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무부와 정의로운 신문을 지향하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창달을 추구하는 한국경제신문의 이념 및 철학이 어우러진 결실이었다. 김 장관은 “법은 그것을 지키면 내 삶이 안전해지고 행복해질 것이란 믿음”이라며 “이번 공모전을 통해 법의 역할이 참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힘들 때 힘이 돼주는 것, 지켜야 더욱 빛나는 것, 부모님의 사랑처럼 따뜻한 것, 신호등이나 내비게이션처럼 바른길로 인도해주는 것이 법”이라며 “국민이 원하는 법의 역할과 법에 대한 다양한 상상을 엿볼 수 있는 뜻깊은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은 “법무부와 한국경제신문은 이 영화제가 국민의 자유를 지키고 정의를 실천하는 법의 소중한 의미를 되새기고, 믿음의 법치를 국민과 널리 공유하는 국민영화제로 자리 잡도록 함께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9초영화제는 전국 교정시설과 보호시설, 문화원 등에서 수상작을 상영해 모든 국민이 법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