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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초 영화

"스토리 구성 탄탄·기발한 발상…기존 영화제와 뚜렷한 차별화"

스마트기기가 진화하고 UCC(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가 등장하면서 소비자와 생산자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스마트기기는 버튼 하나를 누르는 것만으로 모든 사람이 영화감독이 될 수 있는 세상을 열었고, UCC는 개인의 작품을 불특정 다수의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게 됐다.

출범 2회째를 맞은 29초 영화제는 그런 현대사회의 트렌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사다. 29초라는 제한된 시간은 숙련된 기술로 만든 영상의 현란함보다는 기발한 발상과 재치를 강조하게 만들었고 이 영화제를 기존의 수많은 영화제들과 뚜렷하게 차별화시켰다.

이번 심사 역시 작년과 마찬가지로 29초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영화의 특성을 살려가면서도 진실한 내면의 이야기를 얼마나 잘 표현해냈는지에 중점을 두었다. 출품작들은 작년에 비해 스토리 구성력이 향상되었고 감성적인 측면을 자극하는 내용도 많아졌다. 주제로 주어진 ‘스마트기기’나 ‘카드’, 그리고 ‘여행’과 ‘경쟁’을 29초 안에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스마트 어머니’는 젊은 어머니와 아기가 남편과 영상통화하는 모습을 공원 의자 옆에서 부럽게 바라보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집에 돌아온 할머니는 구형 휴대폰으로 아들에게 전화를 걸지만 영상통화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카메라는 그녀의 휴대폰 액정을 비춘다. 액정엔 바로 아들의 어릴 적 사진이 붙어 있다. 아들의 사진을 바라보며 ‘아직도 내눈엔 애기구먼’이라며 미소를 짓는 그녀의 얼굴은 영원한 우리 어머니의 모습이다. 남편, 아빠, 그리고 아들의 부재를 스마트기기라는 주제어를 통해 잘 드러냈으며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 감성을 잘 조합한 수작이다.

‘동행’ 역시 감성적 코드를 시기적절하게 잘 사용한 작품이다. 빔 프로젝트와 스피커를 사용해 산과 바다를 넘나들며 여행하는 두 아이의 모습은 순수하기 그지없다. 화면은 자연스레 병실에 누워 있는 아이들의 어머니에게로 이동한다. 두 아이들은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어머니를 위해 이 여행을 기획한 것이었다. 여행이라는 주제를 스마트기기와 어머니, 그리고 아이들이라는 제재를 통해 잘 표현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