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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초 영화

1875편 경쟁, 330편 본선 진출…3일부터 '레디고'

제2회 29초 영화제 본선이 3일 시작된다. 한국경제신문 29초영화제사무국은 2일 본선 진출작 330편을 발표했다. 이들 작품은 지난 5월29일부터 6월28일까지 진행된 예선에서 네티즌과 전문심사위원의 평가로 선정됐다.

이번 예선 기간은 지난 대회 때보다 짧았지만 모두 1875개 작품이 쏟아져 들어왔고, 이 가운데 심의를 통과한 1101개 작품이 예선전을 치렀다. 지난해보다 100여편이 늘었다. 예선 기간 중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자신의 작품을 공유·홍보하는 SNS 활용률도 지난해에 비해 1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29초 영화는 영상의 크기가 SNS에 가장 적합한 모델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본선에는 예선 참가작의 30%인 330개 작품이 진출했다. 본선 경연은 3일부터 다음달 16일까지 진행된다. 자유 주제로 펼친 예선전과 달리 본선에서는 지정 주제인 ‘스마트 기기’ ‘카드’ ‘여행’ ‘경쟁’ ‘이(2, E, two 등 동음이의어 표현 가능)’ 중 하나를 골라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미션을 통해 순발력과 판단력, 잠재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다. 본선 진출작은 네티즌 평가(40%)와 전문가 평가(60%)를 거쳐 결선 진출작으로 노미네이트한다.

한여름 앞두고 공포영화 많아

영화제 진행시기가 늦봄부터 초여름으로 바뀌면서 한여름을 겨냥한 공포영화들이 많았다. 김영권 감독(43·부산독립영화사)은 ‘인생무상’이란 작품을 통해 공포감을 주면서 동시에 삶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 검은 한복을 입은 저승사자가 기계음으로 “어서오시게, 시간이 없네”라며 죽은 자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목소리를 듣는 순간 소름이 돋는다. “잘들 계시게”라며 저승사자를 따라가는 노인의 모습은 역설적으로 삶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한다.

이지원 감독(18·대진디자인고등학교)은 세상을 보는 ‘눈’이란 작품으로 공포에 접근했다. 어느 날부터 문득 귀신을 볼 수 있게 된 주인공은 선글라스로 눈을 가리고 다니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앞에서 선글라스를 벗었다가 이상한 사람을 보게 된다.

김효균 감독(25·배재대)은 ‘인기척’으로 공포를 생산했다. 화장실을 무대로 한 이 작품은 사소한 소리 하나가 공포심을 유발, 없는 귀신도 만들어낸다는 내용이다.

사랑·취업·동성애 등 주제 다양

젊은층이 많이 참여하는 영화제답게 사랑에 대한 주제는 올해도 빠지지 않았다. 박정환 감독(25·박씨네)은 ‘우리의 마지막 추억’이란 작품에서 헤어진 연인의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 장비치 감독(25)은 ‘잘 지내?’란 주제로 그리움을 다뤘다. 도현준 감독(28)은 ‘대화’에서 같이 있어도 스마트폰으로 대화를 나누는 다정한 연인을 묘사했다. 왜 그럴까. 마지막 장면으로 공감을 끌어낸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 급여가 적어 ‘88만원 세대’라고 불리는 청년들의 고민이자 관심사인 취업도 주요 주제로 다뤄졌다. 김기준 감독(25)의 ‘잘해야지’는 취업 장수생의 면접 이야기를 통해 젊은이들의 고민을 대변하고 있다. 김종길 감독(29·JK SOUL)의 작품 ‘생존본능’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세태를 꼬집었다. 무단횡단을 한 주인공이 취업면접에서는 “무단횡단을 하면 안 된다”고 대답한다. 살기 위한 선택이다.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동성결혼 지지가 이슈가 됐다. 한국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황성민 감독(27)은 ‘보통연애’에서 이 주제를 다뤘다. 지나가는 연인들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남자 주인공은 자신도 남들처럼 보통연애를 하고 싶어한다. 남자친구와….

청소년 부문 참여 2배이상 늘어

올해부터 청소년 부문이 신설되면서 청소년 감독들의 참여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200여편이었던 청소년 감독들의 작품이 올해는 465편으로 급증했다. 전국 212개 학교에서 400여명이 참여했다. 강원애니고에서는 31명이 32개 작품을, 아현산업정보고에선 24명이 25개 작품을, 동명여자정보산업고에서는 14명이 14개 작품을 출품했다. 대성고와 대전고, 경기영상과학고, 서울방송고, 선린인터넷고, 중원고, 한광고, 경기예술고 등에서도 다수의 작품을 출품했다. 한림연예예술고나 대진디자인고, 서울영상고, 서울공연예술고 같은 전문계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고양국제고와 명덕외국어고, 대원외국어고, 과천외국어고 등에서도 다양하게 참여했다. 중학생 참가자도 있었다. 동대부여중과 복자여자중, 서울공진중, 수명중, 창일중, 한겨례중 등 9개 학교에서 12명이 출품했다.

방송영상과 학생 30명에게 29초 영화 제작을 과제로 내준 최창욱 아현산업정보고 방송영상과 교사는 “학생들이 한 학기에 단편영화 1~2편 정도를 찍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연출과 촬영, 편집 등 각자 한 분야만 맡아서 해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29초 영화는 한 사람이 모든 과정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교육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입시경쟁·학교폭력 등 고민 고스란히

청소년 감독들이 제출한 작품을 살펴보면 이들의 고민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다. 주요 주제는 학교폭력과 경쟁, 입시고민, 자살 등이다.

김수림 감독(17·강원애니고)은 박카스 광고를 패러디해 ‘대한민국에서 고3으로 산다는 것’이란 작품에서 피로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변준영 감독(19·경복고)은 ‘7시간 전’에서 청소년 자살과 학교폭력 문제를 다뤘다.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한 이 영화는 주위 사람들의 관심이 폭력과 자살을 예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밀폐된 엘리베이터, 통화거부음 등으로 외부와 단절된 주인공의 외로움을 표현했다.

정민승 감독(19·명덕외고)의 ‘스쿨런’은 정기고사, 모의고사, 학력평가, 수행평가 등에 시달리는 고교생의 도피 심리를 그렸다. 주인공이 게임의 세계로 도망간다는 내용이다. 깜빡 잠들었다 깨어난 주인공은 다시 고단한 일상과 부딪친다. 야간자율학습에 지친 학생이 칠판을 보고 행복한 상상에 빠져드는 작품도 있다. 송은지 감독(18·부산외국어고)의 ‘야자? 야자!’다.

고등학생이 만든 공익성 작품도 많아

청소년들에게는 고민도 있고 문제도 있다. 그러나 29초 영화를 보면 건전한 생각을 가진 학생도 많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청소년 감독들의 출품작 중에는 흡연의 문제점과 물 아껴쓰기,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않기, 악플 금지 같은 공익성을 주제로 한 내용들이 많았다.

윤어진 감독(17·구일고)은 ‘주위를 보세요’에서 소년소녀 가장과 독거노인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아프리카의 빈곤을 보며 연민을 느끼지만 주위에도 불행한 사람이 많음을 상기시킨 것. 관심을 가지면 보인다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인터넷 댓글 중 악플이 자살까지 불러오는 현실적 문제를 파헤친 작품도 있다. 김도형 감독(18·대구심인고)의 ‘악(惡)플러, 악(樂)플러’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될 것인지,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 될 것인지 깨닫게 한다. 백선경 감독(18·동명여자정보산업고)의 ‘쓰레기도 생명을 품다’는 환경문제를 다뤘다.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1회용 컵도 새 생명을 품는 화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전한다.

◆ 본선 떨어져도 패자부활전 기회…스페셜콘테스트도 노려볼 만

본선에 오르지 못해도 희망은 남아 있다. 작품성이 우수하거나 본선이 시작된 이후 출품한 작품을 대상으로 패자부활전과 스페셜 콘테스트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패자부활전은 네티즌과 전문가 평가를 거쳐 추가로 선정한다. 패자부활전을 통해 결선에 오르는 작품에는 특별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스페셜 콘테스트도 노려볼 만하다. ‘KB국민카드와 함께하는 대한민국 응원 메시지’란 주제로 열리는 스페셜 콘테스트는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29초 영상을 제출하면 된다. 우수 작품을 골라 필리핀 세부 여행권과 중국 상하이 여행권, 식사권 등을 시상한다. 본선 진출자가 스페셜 콘테스트에서 상을 받을 경우 네티즌 평가 총점에서 5% 가산점을 준다. 당첨자는 22일 발표한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