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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드

29초 영화

쌍방향 소통…국민축제로 거듭

외국인 감독 몽골 아리온자르항 씨, 강제규 영화 보고 한국에 유학

“영화를 직접 만들어 본 적은 없지만 마지막 학기라서 꼭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29초라는 짧은 시간에 의미있는 내용을 담으려다 보니 정말 어렵네요. 학교 친구들이 많이 도와줬습니다. 몽골 친구들은 배우가 되어 주었고요. 출품 후에 홍보도 열심히 했습니다.”

바트볼드 아리온자르항 씨(28·사진)는 29초 영화제에 작품을 낸 외국인 감독이다. 제목은 ‘꿈’. 몽골 출신인 그는 현재 국민대 대학원에서 영화학을 전공하고 있다. 그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한국영화를 배우고 싶어 유학길에 올랐다고 한다. “몽골하면 칭기즈칸과 말 타는 사람만 떠올리는데, 영상을 통해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고 싶어요. 돌아가면 몽골에 없던 영화와 드라마도 만들고 싶고, 개인 영화 스튜디오를 갖는 게 꿈입니다.”

일본 유학생 감독 이상준 씨, 배우·스태프 모두가 일본인이죠

일본 메이지대 국제일본학과에서 유학 중인 이상준 감독(24·왼쪽)은 일본 현지에서 ‘Everywhere’를 제작, 출품했다. 배우와 스태프는 모두 일본인이다.

“평소에 영화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29초 영화제를 위해 입문 작품을 만들어 봤습니다. 사회 비판 영화를 제작하려고 했지만 초보인 제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주제를 사랑으로 잡았습니다. 각박한 세상이지만 우리 주변에 사랑은 넘쳐나고 나 또한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일본 메이지대 국제일본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탄자와 히로유키 씨(오른쪽)는 일본에 유학 중인 이상준 감독(메이지대 4학년)의 작품 ‘Everywhere’의 주연으로 연기했다. 그는 “29초 영화제는 신선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부부감독 신지승·이은경 씨, 脫극장의 새 영화가 살아나길

20여년 동안 독립영화, 마을영화를 통해 독자적인 영화 미학을 추구해온 신지승(49)·이은경(43) 감독 부부(사진)가 나란히 작품을 출품했다. 신 감독은 ‘고양이 아리랑’, 이 감독은 ‘민박의 아픔’을 제작했다.

“마감 6일 전에야 스마트폰으로 29초 영화제 소식을 알고 부랴부랴 준비했습니다. 영화는 시(詩)여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29초 안에 내러티브가 전달될 수 있을까에 대한 도전 의식이 생겼습니다.”(신지승 감독)

“한류로 번성하는 영화산업에서 29초 영화제는 우리 부부 같은 영화인도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는 영화제입니다. 민초들의 생활 창작과 프로패셔널한 작품 활동이 결합, 소수의 스타와 대자본, 극장 중심의 영화가 아니라 다수의 생활인, 탈자본, 탈극장의 새로운 영화가 살아나길 바랍니다.”(이은경 감독)

시카고에서 찍은 석희운 감독, 극적인 스토리 전달하고 싶어

계원예술대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한 석희운 감독(22·사진)은 미국 시카고 다운타운을 무대로 한 영화 ‘LOVER’를 제작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여행을 갔습니다. 카메라가 무거워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손에 들고 다니며 영상을 담았습니다. 마침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한 남자가 역주행을 하다 차를 멈추고 걸어 나왔어요. 이때다 싶어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제 카메라로 다가와 자신을 찍어 달라고 말했습니다. 이 사람의 말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해주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29초 영화로 편집했습니다. 영화는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주인공의 스토리를 극적으로 전하고 싶었어요.”

석 감독의 꿈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영화 감독이 되는 것.

지명혁 29초 영화제 집행위원장, 쌍방향 소통…국민축제로 거듭

29초라는 짧은 시간에 하나의 세계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느냐가 29초 영화제의 기본 취지다. 영화 생산자가 관객에게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관객이 생산자가 되어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정보화 혁명을 통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9초 영화제는 그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29초 영화제는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는 일반 영화제와는 다르다. 누구라도 29초짜리 영상만 찍어 참여할 수 있는 만큼 국민 모두를 위한 영화축제다.
이번 29초 영화제에서는 청소년 부문을 신설했다. 기존 영화제에서 기성 전문가들과 경쟁하다 보니 연출 면에서 밀려 수상 기회를 놓쳤던 청소년들의 꿈을 키워주기 위한 배려다. 29초 영화제 출품작은 영상미와 편집 기술에만 의거해 평가하지는 않는다.
29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상상력과 우리네 삶을 담아낼 수 있다면 좋은 평가를 받는다. 무한한 상상력을 29초에 담아내는 게 영화제의 취지인 만큼 본선에서도 출품자들의 톡톡 튀는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