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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드

29초 영화

"29초에 담긴 기발한 영상이 세상을 바꿀 겁니다"

"육상 종목 중에는 마라톤도 있지만 100m 달리기도 있습니다. 마라톤은 두시간 동안 마라토너의 뛰는 심장을 함께 느끼면서 누가 더 앞서갈까 예측하는 맛이 있고,100m 달리기는 호흡을 멈추고 바라봐야 할 정도로 긴박감이 느껴지죠.29초영화는 영화의 속성을 압축적으로 담아내면서도 새로운 묘미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박종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51)은 "29초영화는 일상의 작은 이야기들을 현미경으로 보고 이를 크게 부각시켜주는 좋은 도구"라며 100m 달리기에 비유했다. 박 총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예술대 대학원에서 영화연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 영화 '구로 아리랑' 감독으로 데뷔,1999년 도쿄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대상을 받았다. 29초영화제 조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를 만나 영화제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영화제가 급증하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제도 많은 것 같습니다.

"영화제가 많은 것보다 중요한 점은 자기만의 색깔을 지녀야 한다는 것입니다. 남들이 다 하는 걸 하면 규모가 크거나 돈을 많이 쓴 곳,전통이 있는 회사가 조명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면 오래되거나 규모가 크지 않아도 영화제를 기다리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날 것입니다. 다양한 영화제가 있어야 우리 삶도 여러 각도에서 보여줄 수 있을 테니까요. "

▼영화감독 출신이신데,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점을 꼽는다면.

"나만의 시선을 가지고 대상이나 소재,사물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똑같은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도 내가 만드는 것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만드는 영화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

▼ 독립영화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영화는 돈을 벌고 싶은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만드는 상업영화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상으로 전하는 독립영화가 있습니다. 상업영화가 스케일이 크거나 자극적인 요소들을 결합해 만든다면 독립영화는 자본과 제도로부터 자유로운 영화죠.요즘같이 소통의 욕구가 강한 시대에는 독립영화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

▼영화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은.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방법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영화라는 이미지와 스토리를 통해 전할 수 있다면 훨씬 효과적이겠지요.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할 때는 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영화는 더 이상 예술가들만의 영역이 아닙니다. 영화를 일반인들이 대화하듯 소통의 도구로 확장시켜 나가야 합니다. 독립영화보다 더 넓은 차원의 도구로 말입니다. "

▼영화제 트렌드도 많이 바뀌고 있죠.

"초기에는 어느 작품이 더 재미있고 더 의미있는지를 평가했습니다. 그러다가 얼마나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이 있는가를 보여주는 식으로 발전했지요. 완성된 영화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만들기 전에 어떤 영화를 만드는 게 좋은지 컨센서스를 모으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영화의 의미가 극장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함께하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죠.모바일 환경 덕분입니다. 영화제가 개인의 일상으로 깊이 침투하고 있어요. "

▼29초영화에 실험적인 시도가 많습니다.

"발상의 전환을 하려면 자신만의 시선을 갖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왜 이럴까란 의문으로 역발상을 해보면 다른 측면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차별화된 시선이 되는 것이지요. 자기만의 시선이 담긴 작품을 내놓았을 때 사람들의 반응도 달라집니다. 이런 과정은 소통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이기도 하지요. "

▼29초영화제에 참여하는 신인 감독들에게 조언하신다면.

"작품을 만들 때 편안한 마음으로 자기 이야기를 담으면 됩니다. 신인 감독이라는 단어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지만,이야기를 말이나 글로 하는 게 아니라 이미지와 스토리로 표현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궁금하고 재미있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보면 짧은 이야기를 표현하는 방법,즉 언어 체계를 터득하게 되죠.어떻게 이미지를 전개해 나가야 사람들이 더 재미있고 의미있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노하우를 저절로 얻게 된다는 뜻입니다. "

▼영화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까요.

"영화는 더 이상 만드는 사람 따로,즐기는 사람 따로인 매체가 아닙니다. 물론 전문 기술과 자본이 필요한 대형 영화도 있지만 평소에 느끼고 생각했던 것을 간편한 촬영 장비로 표현하는 영화도 많아질 것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많이 이용하는 것은 내 생각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고,말을 걸고 싶은 심리 때문이에요. 이런 속성을 29초영화가 담아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