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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초 영화

여고생 감독의 대박…강원도式 롤러코스터 타기

"공부에 지친 친구들 웃기자고 갑자기 촬영한 거예요. NG가 없었으니까 몇 초도 안 걸렸죠.그게 이렇게 인기를 끌다니 얼떨떨하기만 해요!"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29초영화제 예선에서 '사건'이 터졌다. 1주일 전 일요일(23일) 밤에 여고생들이 올린 영상 한 편이 전국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영화 제목은 .교실에서 괴성을 지르며 롤러코스터 타는 흉내를 내는 영상이다.

교실을 놀이동산으로 만들어버린 신세대 파워가 네티즌의 주목을 받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립다 고교시절!"(네티즌 신정호 씨) "계속 신나는 삶이 오기를~"(네티즌 엄대용 씨) 같은 댓글이 줄을 이었고 는 1주일도 채 못돼 인기순위 20위권에 진입했다. 29초영화제 사무국은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홍보영상을 만들어 다음달 1~3일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1'에서 상영하기로 했으며 새로운 작품 제작도 의뢰했다.

이 영화를 만든 주인공은 17세 소녀 4명(김영운 황유정 김보현 정진주 양).강원도 태백시 장성여고 2년생들로 UCC동아리 선리('착한 댓글'이라는 뜻)의 주축 멤버들이다. 지난 29일 오후 토요일 수업이 끝난 뒤 장성여고 교정에서 만난 소녀 감독들은 순박 그 자체였다. 의젓하기까지 했다.

"29초는 생각보다 짧지 않은 것 같아요. 저희는 재미로 찍었는데 이렇게 서울에서 취재도 오고 저희들 영상이 세계 석학들에게 소개도 되고.자꾸만 일이 더 커지잖아요. "(황유정)

소녀들이 29초영화제를 알게 된 것은 불과 10여일 전.스마트폰에서 새로운 앱(애플리케이션 · 응용프로그램)을 검색하다 톱10에 올라 있던 29초영화제 앱이 눈에 들어왔다. "저희 넷이서 작년에 찍어 돌려본 가 딱 29초짜리 거든요. 다른 고등학생들에게도 보여주자는 생각에 음악을 얹어서 야밤에 올린 거예요. "(김영운)

전화로 통화할 때는 '까칠하던' 학생들이 카메라 앞에서 너무 친절해졌다고 영상감독이 말하자 네 명 모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린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가 아니고 따시녀(따뜻한 시골 여자)예요. 얼마나 친절한데요. "(김보현)

본선에서는 수준 있는 작품으로 진짜 '감독'이 돼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동아리 전체의 힘을 모아 아이디어를 짜낼 거예요. 29초영화제라는 '창문'을 통해 강원도 산골 여고 동아리의 힘을 세계에 보여줄 기회니까요. "(정진주)

소녀 감독들은 서울 또래에 비해 훨씬 순진해 보였다. 일부러 '대학 가면 성형수술하고 싶은 사람?' 하고 물었더니 정색을 했다. "우린 '쌍수(쌍꺼풀 수술)' 같은 거 안 해요. 얼마나 개성 있게들 생겼는데요. 생긴 대로 살 거예요. "

혹시 수상을 하게 되면 서울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오겠느냐는 질문에 운동장이 떠나가라 "그럼요!" 하고 외쳤다. 다만 "연예인 누가 오는데요?"라는 여고생다운 질문을 빠뜨리지 않았다.

태백=권영설 전문위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