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짧은 문장으로 가장 긴 여운을 주는 詩! 시는 ‘영혼의 비타민’이자 ‘마음을 울리는 악기’입니다. 영감의 원천, 아이디어의 보고이기도 합니다. 눈 밝은 사람은 시에서 ‘생각의 창’을 발견합니다. 고두현 시인이 매주 금요일 아침 ‘고두현의 아침 시편’을 배달합니다. 고두현 시인 (kdh@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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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뒤따라오던 길이 나를 앞질러 가기 시작한다.
지나온 길은 직선 아니면 곡선
주저앉아 목 놓고 눈 감아도
이 길 아니면 저 길, 그랬던 길이
어느 날부터 여러 갈래 여러 각도로
내 앞을 질러간다.
아침엔 꿈틀대는 리본처럼 푸르게
저녁엔 칭칭대는 붕대처럼 하얗게
들판 지나 사막 지나 두 팔 벌리고
골짜기와 암벽 지나 성긴 돌 틈까지
물가에 비친 나뭇가지 따라 흔들리다가
바다 바깥 먼 항로를 마구 내달리다가
어느 날 낯빛을 바꾸면서 이 길이 맞느냐고
남 얘기하듯, 천연덕스레 내 얼굴을 바라보며
갈래갈래 절레절레
오래된 습관처럼 뒤따라오던 길이 갑자기
앞질러가기 시작하다 잊은 듯
돌아서서 나에게 길을 묻는 낯선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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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편 더 소개해 달라는 말씀이 많아서 용기 내어 제 시를 한 번 더 읽어드리겠습니다. 표제작 한 편과 제 삶의 첫 길인 탄생의 순간을 그린 시 한 편을 골랐습니다. ->자세히 보기
[고두현의 인생명언] 사막을 건너는 덴 작은 걸음 수백만 번이 필요하다 ->자세히 보기
[고두현의 문화살롱] 프랑스를 사로잡은 한국 현대시인 100명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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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두현 시인 :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늦게 온 소포』,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달의 뒷면을 보다』 등 출간. 유심작품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등 수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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