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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냄새 나는 사람
이월춘
경화오일장을 거닐었지
삶은 돼지머리 냄새처럼
가격표가 없는 월남치마가 바람에 펄럭이고
내동댕이치는 동태 궤짝을 피해
장돌뱅이들의 호객 소리에 귀를 내주면서
나이 들고 넉살이 늘어도
국산 콩 수제 두부는 어떻게 사야 하며
맏물 봄나물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말 없이는 세상을 살 수 없는 재래시장
갓 구운 수수부꾸미를 맛보며
고들빼기김치나 부드러운 고사리나물을 담고
과일 노점 옆 참기름집에서 이웃을 만나고
오는 사람마다 결을 맞춰주는 마법의 시장
경화오일장을 바람처럼 거닐었지
나만의 광야, 즐거운 소란 속으로
나만의 고독을 끌고 들어가 아픔을 벗고
마침내 어둠의 갈피 속에서 길을 찾아냈지
▶관련 스토리를 자세히 보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 놀랍게도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반응한 감각 요소가 “삶은 돼지머리 냄새”라는 후각입니다.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