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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어떡하라고 … 정부, 매출·업종 기준으로 코로나 피해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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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자금 지원 ‘그림의 떡’
중진공·기술보증기금 등
中企·소상공인만 집중 지원
매출 없는 초기 스타트업 직격탄

증시 쇼크에 돈줄까지 막혀
이달 스타트업 투자유치 금액
작년 동기대비 반토막 수준
“내달부터 투자유치 소식 끊길 것”
정책 사각지대 놓인 스타트업

“100조원이나 푼다는데 ‘그림의 떡’이네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격탄을 맞은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A사. 이 회사는 올 들어 두 번 울어야 했다. 정부가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100조원에 달하는 ‘긴급수혈’을 결정했지만 신청할 수 있는 항목이 없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시중은행들은 신용보증기금 및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서를 요구했다. 신보나 기보를 찾아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보증 이력이 있는 기업은 도와주기 어렵다는 말만 들었다. 운영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문을 두드렸지만 담당자들과의 연락 자체가 쉽지 않았다. 상담 수요가 폭증한 탓이다. ○매출, 영업이익이 지원 기준 스타트업들이 코로나19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 영업난으로 매출이 쪼그라들었고 신규 투자 유치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정부의 지원을 받기도 어렵다. 매출과 영업이익, 업종 등을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선정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배제되는 사례가 많다. 중소벤처기업부 정책자금이 대표적 사례다. 적자가 2년 이상 지속되는 기업은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스타트업은 이익을 낼 여력이 있으면 연구개발(R&D)과 직원 채용을 늘린다”며 “영업이익을 낸 기업만 지원한다면 스타트업은 정부 돈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운 좋게 지원 대상으로 분류되더라도 걸림돌이 상당하다. A사의 사례처럼 기보나 신보의 보증을 받은 이력이 있으면 지원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대출을 받는 데 성공해도 급한 불을 끌 만한 규모가 못 된다. 매출 감소액을 기준으로 코로나19 피해액을 산정해서다. 시제품을 개발하는 단계이거나 막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은 매출 자체가 많지 않아 피해액이 적게 잡힌다. ○투자유치 열기도 시들 스타트업 투자 열기도 시들하다. 최근 벤처캐피털(VC)들은 스타트업 투자 시기를 뒤로 미루고 있다. 정상적인 실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은 것도 투자 열기가 식은 원인 중 하나다. 스타트업 인수합병(M&A)이 많지 않은 국내 VC들은 IPO 의존도가 상당하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는 “기존에 예정된 중소기업 IPO들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며 “기업가치를 낮게 재조정하는 사례가 늘면서 투자를 서두르는 VC들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으면 대단한 것이고, 높은 가격까지 책정받는다면 더 대단한 것”이라며 “그만큼 투자자들이 위축돼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달 국내 스타트업의 전체 투자유치 금액이 전년 동기의 절반 미만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 VC 관계자는 “국내 스타트업의 가치가 지난해 빠르게 올라간 만큼 그에 비례해 빠르게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며 “당장 급한 투자가 아닌 이상 일단은 지갑을 넣고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달 들어 시리즈B 이후의 투자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은 단 여섯 곳이다. 560억원을 받은 중고거래 스타트업 번개장터, 120억원을 받은 인공지능(AI) 기술기업 딥바이오 등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해당 스타트업들이 ‘막차’라고 보고 있다. 당장 다음달부터는 거금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끊길 것이라는 얘기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알음알음 투자사를 알아보고 있는 단계였는데 많이 난처해졌다”며 “사정이 비슷한 스타트업이 한두 곳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은/이고운 기자 soul@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25(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