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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선술집 차렸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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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유통전문기자) 소프트웨어 회사를 그만두고 지난해 9월 경기도 용인시 상현동의 상업중심지역에서 선술집 스타일의 퓨전보쌈집을 차린 차모씨(41)는 창업 1년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상권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은 데다 업종 선정을 잘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차씨는 남은 계약 기간 동안 권리금을 되찾기 위해 끝까지 붙들고 있었지만,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어 권리금을 포기하고 폐업했다.

차씨는 상현동에서 12년 동안 살았기 때문에 지역 상권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입지와 상권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고, 주먹구구식 매장 운영까지 겹쳐 실패했다. 처음에는 부지런히 일해 일평균 50만원 매출을 올리면 월 순익 500만원은 손에 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보증금 3000만원과 시설비용 5000만원도 손쉽게 회수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그는 용인시 상현동이 인구 5만명의 주거형 아파트 밀집 상권이어서 점포 수에 비해 수요가 훨씬 많을 것으로 판단했다. 더욱이 주점이 별로 없어 과당경쟁 위험성도 낮다고 봤다. 하지만 이는 단편적인 분석에 불과했다. 이 곳은 주거지역이란 성격이 강한 곳이어서 주민들이 다양한 업종과 가게가 발달한 상권으로 가서 소비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관찰하지 못했다.

실패 원인을 꼼꼼치 짚어보면 첫째, 이 지역은 낮시간 상권의 특성이 강한 곳으로 상가와 업종이 고루 발달하지 못했다. 따라서 밤시간 상권은 형성될 여지가 거의 없었다. 저녁 술자리 손님들이 모일 이유가 없는 곳이다.

둘째, 차를 타고 이동해 식사할 수 있는 가든 형태의 상권이 주변에 형성돼 있어 아파트 주민들은 외식할 때 차량으로 이동해 주차하기 쉬운 가든 형태의 식당으로 간다는 점을 그는 놓쳤다. 더욱이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수지구청 인근 상권에 다양한 업종의 식당과 주점들이 널려 있는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차씨는 정확한 경영진단을 무시했다. 음식 장사는 무조건 30% 이상 남는다고 그는 오판했다. 하루 50만원의 매출을 올리면 월 매출 1500만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500만원 정도는 순익으로 남길 수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 외식업을 하는 자영업 경영주들 중 순익 30%를 남기겠다고 덤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초보자의 상상에 불과한 손익계산인 셈이다.

그는 개점 이후 하루 30만원 매출을 올리기도 힘들었다. 여기에 매출대비 50%나 되는 식재료비와 월세, 인건비, 공과금 등을 제하면 남는 게 없었다.

차씨는 개업 1년 만에 손을 들었다. 운영비와 식재료비를 대지 못해 가족들에게 점포운영비를 빌리면서 버티다 결국 문을 닫았다. 차씨에게는 전문적인 상권분석, 입지에 적합한 업종선정, 경영 마인드 등 모든 것이 부족했다. 실패는 예정돼 있었던 셈이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4.20(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