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취업과
창업

자영업 시작하기 전에 종업원 경험 가져라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한국경제신문이 22일자부터 ‘침몰하는 자영업 탈출구를 찾아라’라는 제목으로 자영업 시리즈를 시작했습니다. 익히 아는 내용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처참한 자영업자들의 생생한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통계치들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선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비임금 근로자) 비중은 28.2%로 취업자 10명 중 3명 꼴입니다. 이 정도면 OECD 국가 평균치의 2배 수준입니다.

이러다 보니 생계형 창업자가 가장 많이 뛰어드는 음식·숙박업의 3년 내 폐업률은 무려 71%에 이릅니다. 업종을 바꾸면 되지 않냐구요? 이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예컨대 치킨 업종을 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피자 가게를 한다든지 하면 됩니다.

그러나 한 번 실패하면 까먹은 만큼 창업비가 줄어들고, 자신감도 반감돼 성공 확률은 더욱 줄게 됩니다. 이는 이혼한 뒤, 재혼에 나서는 사람들이 얼마나 큰 부담감에 시달리는 지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가는 일입니다.

점포가 영세할수록 망할 확률은 더욱 높아집니다. 종업원 없이 홀로 가게를 연 점주들의 1년후 생존율은 60.0%, 5년 후에는 28.3%에 불과한 형편입니다. 음식숙박업의 경우 1인 사업장의 1년 생존율은 54.7%, 5년 생존율은 17.4%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 정도 되면 자영업은 생계 유지 수단으로서 의미를 상실하고 마는 겁니다.

한해 1인 영세사업자는 70만명 가까이 늘고, 비슷한 수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2011년 63만9000곳이 없어진 뒤, 2012년 69만2000곳이 생겨났습니다. 이들의 대부분은 직장에서 밀려나오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자영업자들의 복지 수준은 더욱 열악합니다.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2163시간으로 OECD 국가 중 2위며, 자영업자만 따로 보면 1년 근로시간이 2406시간에 이릅니다. 임금근로자(2071)보다 335시간이나 더 일합니다. 남들이 노는 토요일과 일요일은 더욱 바쁜 날이라 쉬는 것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의 연간 소득은 가구당 평균 5007만원으로 상용근로자(5525만원)의 90% 수준에 그칩니다. 연간 소득이 3000만원도 되지 않는, 따라서 한 달에 250만원 벌기도 버거운 가구가 28.5%로 3분의1에 달합니다.

이런 통계치와 조사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직장에서 떼밀려 나온 베이부머들은 우선적으로 자신의 사회경험을 살릴 수 있는 직업을 구하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됩니다.

굳이 내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신 분이라면 점포를 구하러 다니거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을 섭렵하려 들지 말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업종의 큰 가게들을 찾아 조그만 허드레 일이라도 종업원으로 일해보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편의점 사업을 희망하고 있다면 편의점 아르바이터로 일하면서 편의점의 사업구조를 꿰뚫어보는데 필요한 시간을 버는 것입니다.

물론 수입이 직장 다닐 때보다 턱없이 적어서 생활이 빠듯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생계형 창업은 이제 성공과 실패 확률이 대략 20%와 80%로 나뉩니다. 성공보다는 실패 확률이 4배가 높습니다. 내가 속할 집단도 전자가 아니라 후자일 확률이 훨씬 큽니다.

그러므로 창업 시간을 늦추더라도 확률을 높이는 작업을 반드시 선행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종업원 근무 경험을 갖는 것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4.25(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