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장 24일부터 채권시장안정펀드를 가동해 즉시 사용 가능한 1조6000억원을 집행하겠다”며 “시공사가 보증한 PF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매입하겠다”고 했다. 또 총 20조원 규모인 채권시장안정펀드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11월 초까지 83개 금융회사에 추가 자금 납입 요청(캐피털 콜)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이 운영하는 회사채 및 CP 매입 프로그램의 매입 한도도 기존 8조원에서 16조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PF 관련 ABCP 차환이 막혀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해질 수 있는 증권사를 위해 한국증권금융에서 3조원을 지원하는 등의 보완책도 마련했다. 부동산 PF 시장 안정화를 위해 우량 PF 사업장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을 통해 내년까지 총 10조원 규모의 보증을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확실한 유동성 공급을 통해 이번 단기자금 시장 경색이 전반적인 금융시장 불안으로 확산하지 않게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12조2000억원(6월 말 기준)에 이른다.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PF ABCP와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규모는 34조원 수준이다.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ABS 포함·CP 제외) 규모는 약 13조9200억원이다. 한 증권사 PF 담당자는 “만기 도래하는 사채 규모를 봤을 때 이번 유동성 지원책으로 최소 연말까지는 버틸 여력이 생길 것”이라며 “정부가 시장 혼란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확실한 신호를 줬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건설사들도 흑자부도나 PF 사업 좌초 등 최악의 위기는 넘길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 건설사 자금담당 임원은 “우량한 사업지에는 증권사의 부동산 PF 차환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이미 비싼 대가를 치렀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증권사 임원은 “레고랜드 사태 초기에 명확한 메시지만 냈더라도 문제가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부동산 PF 부실 위기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한 중견 건설사 대표는 “올 들어 건자재와 인건비 인상으로 공사비가 20~30% 급등한 데다 미분양 물량도 증가세”라며 “내년에 수십조원의 PF 대출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부실 사업장이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도 54조3400억원에 이른다.
이동훈/조미현/최석철/이혜인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