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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방위 규제에…외국인들 '차이나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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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홍콩증시 연일 폭락

텐센트 9%, 메이퇀 18% 빠져
빅테크 넘어 사교육 등으로
중국 정부 규제 범위 넓혀

저가매수 기회? "아직 이르다"

중화권 증시가 이틀째 급락했다. 27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49%, 홍콩 항셍지수는 4.22% 하락했다. 알리바바(-6.35%) 텐센트(-8.98%) 메이퇀(-17.66%) 등 플랫폼 기업은 물론 국내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중국 주식인 항서제약도 7.97% 하락했다. 중국 정부의 규제가 최근 들어 사교육·음원 스트리밍·음식 배달 플랫폼 등으로 확대되자 불안함을 느낀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화권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콩·중국 주식시장에서 ‘패닉 셀링’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을 대표하는 기술주가 대거 포함돼 있는 홍콩 항셍지수는 지난 26일 4.13% 하락한 데 이어 27일 4.22% 급락했다. 장중에는 하락폭이 5%를 넘어서기도 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과 홍콩 증시에 상장된 주식에 대한 투자를 제한할 수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낙폭을 키웠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글로벌 채권과 외환시장도 요동쳤다. 중국 채권 가격이 폭락하면서 달러와 엔화로 돈이 몰렸고,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지난 4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기도 했다. 리쿤쿤 궈위안증권 트레이더는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해외 자본이 중국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대규모로 빠져나간다는 소식이 투자 심리를 악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중화권 증시 급락의 발단은 중국 정부의 에듀테크 기업 규제였다. 중국 정부는 24일 발표한 ‘의무교육단계의 학생 과제 부담과 방과후 과외 부담 감소를 위한 의견’을 통해 교육업체들은 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고 밝히고, 비영리기구로 전환해 교육사업을 하라고 명령했다. 이미 상장한 기업도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학원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했다.

중국 정부의 규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중국 국가시장감독총국은 26일 ‘인터넷 음식 배달 서비스 플랫폼 의무 실천 및 배달원 권익 수호에 관한 의견’을 발표했다. 메이퇀과 알리바바 계열 어러머 등 음식 배달 서비스 플랫폼에서 일하는 배달원들이 사회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홍콩에 상장된 메이퇀 주가가 26일 13.76% 하락한 데 이어 27일 17.66%까지 빠진 배경이다. 인터넷 기업 텐센트에 대해서는 음악 스트리밍 분야 독점 판권을 포기하라고 명령하면서 주가가 8.98% 하락했다.
전방위 규제에 놀란 외국인 투자자
중국 정부의 잇따른 규제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적잖은 충격을 줬다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평가했다. 중국 정부의 에듀테크 기업 규제는 경쟁 확산을 막고 사교육비 부담으로 인한 출산 기피 현상을 저지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상장기업의 증시 자금 조달을 금지하는 것은 자본주의 국가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규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의 플랫폼 기업 규제를 ‘빅테크 길들이기’ 정도로 인식했다. 중국 정부가 작년 11월 앤트파이낸셜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에 제동을 걸었을 때나 올 6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차량 공유 플랫폼 디디추싱을 중국 내 앱스토어에서 삭제했을 때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가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에듀테크 기업 규제를 계기로 중국 정부가 목표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기업은 물론 산업을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 있다는 공포를 느끼게 됐다는 분석이다. 다이밍 화천자산관리 펀드매니저는 “과거 시장은 특정 산업을 대상으로 한 정상적 규제를 예상했지만, 지금은 정부 필요에 따라 한 산업 전체나 일부 선도 기업을 없애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수년간 미국 테크기업을 모방하면서 ‘따라잡기’에 열중했던 세계 2위 경제대국이 이제는 자기만의 길을 갈 것임을 공식 선언했다”고 평가했다.
“저가 매수는 이르다” 경고
글로벌 투자 전문가들은 주가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한다. 대니엘 소 CMB인터내셔널 투자전략가는 “가장 큰 리스크는 규제당국이 탄압의 영역을 어디까지 넓힐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라며 “아직 저가 매수에 나서기엔 이르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가 각종 규제를 시행하면서 투자자들이 입을 손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만큼 더 조심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올리버 존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상황은 중국 당국이 광범위한 정치적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투자자에게 피해를 줄 의도가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우려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6일 UBS, 블랙록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중국 주식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UBS는 최근 중국 주식의 투자 의견을 ‘선호’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 당국의 규제로 기존 주주들이 중국 주식을 대규모로 매각하는 상황이 추가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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