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근로자들이 받는 실업급여 및 각종 지원금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평소에 낸 돈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유·무급 휴직자, 실업자 등이 받는 돈은 고용보험기금에서 나온다. 이 기금은 사업주와 근로자가 매달 급여에서 0.8%씩 1.6%를 원천징수해 적립해 놓은 통장이다. 매달 최저임금 수준의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최소 180일 이상을 하루 8시간씩 꼬박 일하며 보험료를 내야 하고, 실업급여를 9개월 동안 받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10년 이상 납부하고 50세 이상 또는 장애인이어야 한다.
고액 연봉자가 고용보험료를 많이 냈다고 해서 실업급여를 많이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회보험의 취지를 감안해 하루 상한액이 6만6000원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억대 연봉을 받았더라도 실업급여액은 한 달에 200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25%에 이르러 지원책은 필요하지만 즉흥적인 대책은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비상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그때그때 지원 대상을 추가하는 식으로 재정을 낭비하고 있다”며 “특정 분야에서 요구가 나올 때마다 새로운 대책을 내놓는 것은 복지시스템 자체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영업자 지원은 소득 보전이 아니라 임대료, 공과금 같은 고정비에 대해 상한을 정해 지원하는 것이 그나마 보편적”이라고 덧붙였다.
무급휴직·휴업 지원금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생산량·매출이 30% 이상 줄었음을 입증해야 하고, 무엇보다 무급휴직에 앞서 3개월의 유급휴직 조치가 선행돼야 신청할 수 있다.
정부 지원액도 해당 근로자 평균임금의 50% 수준이다. 무급휴업 지원금은 노동위원회 승인도 거쳐야 한다. 정부지원을 받으려면 휴업 규모도 따져야 한다. 2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이 무급휴업 지원금을 받으려면 10명 이상을 쉬게 해야 한다.
정부도 무급휴직·휴업에 대한 지원이 까다롭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무급휴직 지원금은 기업이 최대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틴 다음 신청하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여권에서 논의 중인 자영업 손실보상의 요건은 상대적으로 허술하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집합금지 또는 제한으로 매출 손실이 발생하면 정부가 손실을 보상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집합금지 또는 제한으로 피해가 발생했는지 아니면 다른 요인 때문인지 제대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올해 정부 일자리사업 예산 총액 30조5481억원의 80% 수준이다. 정부 일자리사업 예산에는 100만 명 이상의 직접일자리 예산은 물론 연인원 200만 명 이상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지원금, 매달 60만 명 안팎 실직자를 위한 실업급여, 창업 지원 등 각종 직업훈련비용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안에 따르면 자영업자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은 월 1조2000억원이다. 민 의원안에 비하면 작지만 지난해 한 달 실업급여 지급액에 해당하는 큰 돈이다. 60만 명의 실업자에게 돌아가는 돈이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의 경우 실제 소득 파악 자체가 불가능한데 무슨 근거로 지원금을 책정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여야를 떠나 선거가 목적이라면 차라리 근로자와 자영업자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일정 금액을 나눠주는 게 그나마 낫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