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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재무통들의 자신감 "코로나는 새 사업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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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인사이트 출범…대·중기 168개사 설문

70% "내년 경영환경 최대 위협요소는 수요 부진"

국내 주요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내년 우리 경제가 더 힘든 환경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경기 위축에 따른 수요 부진 탓에 기업 경영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절반에 가까운 CFO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경쟁 구도의 판’을 흔든 영향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 의견을 내놨다.

한국경제신문이 12일 첫선을 보이는 뉴스레터 서비스 ‘한경 CFO 인사이트’ 출범을 기념해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주요 기업 168곳의 CF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전망한 CFO는 전체의 26%에 불과했다. 대다수 CFO는 코로나19의 충격으로 경제가 뒷걸음질 친 올해와 내년의 경제 상황이 비슷하거나(38%) 더 어려워질 것(32%)으로 봤다. 내년 기업 경영을 어렵게 하는 요인(복수 응답)으로는 ‘경기 위축에 따른 수요 부진’이 최다 표(120명)를 얻었다.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을 꼽은 응답자는 99명으로 집계됐다.

눈길을 끈 것은 내년 경제 여건이 만만치 않음에도 본인이 속한 기업은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CFO가 많았다는 점이다. 응답자의 44%(74명)는 ‘실적이 올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실적이 올해보다 나빠질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은 24%(40명)에 그쳤다. 이유가 더 흥미롭다. ‘코로나19에 따른 새로운 사업 기회 확보’(84명)를 꼽은 CFO가 가장 많았다. 이어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신규 투자 기회’(62명) 등을 꼽았다.
내년 CFO 최대 임무는 '유동성 확보'
리스크 관리·규제 대응도 중요
대다수 CFO는 코로나19가 촉발한 경영환경 변화로 자신들의 역할이 과거보다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응답자의 80%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기업에서 CFO의 임무가 더 중요해졌다고 답했다.

특히 재무 건전성을 유지해야 할 압력이 커질 것(95%)이라거나 새로운 환경변화에 CFO의 대응 능력이 중요해질 것(96%)이라는 명제에 압도적인 ‘동의’가 쏟아졌다. 코로나19 시대에 CFO의 능력이 기업 존망을 가를 수 있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비재무적 경영지표의 중요성이 증가할 것(69%)이라거나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발맞춘 정보기술(IT) 활용능력이 CFO의 핵심역량으로 부각될 것(55%)이라는 전망에 동의하는 이들도 절반을 넘었다.

내년 CFO의 가장 중요한 임무(중복응답)로는 유동성 확보(100명)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리스크 관리 및 규제대응(86명), 효율적인 기업 운영체제 구축(73명), 부채 감축 등 재무구조 개선(67명) 순이었다. 위기 대응 이외 성격의 항목을 지목한 사례로는 ‘M&A 등 성장동력 확보’(57명)가 눈에 띄었다.

CFO의 역량 발휘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는 ‘코로나19 영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148명)을 꼽은 응답자가 다수였다. 기업 친화적이지 않은 정부정책(65명), 투자자들의 리스크 회피 성향이 강화된 데 따른 자금조달의 어려움(33명), 새로운 사업 트렌드에 대한 경험과 이해부족(30명) 등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 시대 CFO의 역량을 평가하는 지표로는 기업의 재무상태 개선(105명), 위기대응 능력(101명) 등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새로운 트렌드 대응 능력(68명)에도 적잖은 표가 몰렸다.

윤정선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는 “위기의 장기화에 따라 유동성 확보를 통한 재무구조 건전화는 CFO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됐다”며 “지금 여유가 있는 기업이더라도 내년 이후 코로나19 위기가 실물경제로 본격 전이되면 은행의 여신 축소와 회사채 시장 경색 등 충격이 예상되므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동욱/홍선표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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