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증적으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부모가 관리·전문직에서 일했을 때 자녀도 관련 직종에서 일할 확률은 42.9%에 달했다. 평균(19.8%)의 두 배 이상이다. 단순노무직에서는 해당 비율이 9.4%로 평균(1.9%)의 다섯 배에 달했다.
한국의 계층 이동 가능성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서도 낮다.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가 육체노동자일 때 자녀도 육체노동자일 확률은 40.0%로, OECD 평균(36.5%)보다 높았다. 소득 하위 10%에 속하는 가구의 자녀가 몇 세대를 거쳐야 중산층에 올라설 수 있는지 추정한 결과도 한국은 5세대로, OECD 평균(4.5세대)보다 높았다. 교육부 장관을 지낸 이주호 KDI국제대학원 교수의 2017년 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직업 등 가정 배경이 성적에 미치는 영향 계수는 42.75점으로, OECD 평균인 29.66점보다 월등히 높았다. 미국(25.98점), 영국(34.92점), 일본(38.70점)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기존 계층 이동 방식을 통해 중·상류층에 진입한 이들이 기득권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서울대 학생이나 공기업 직원들이 입학, 취업 이후 특별히 이룬 게 없어도 본인의 위치를 무리 없이 유지하고 있다”며 “계층 이동 수단이던 시험 및 공채 제도가 오히려 기득권을 강화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용석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사회 전반의 고령화로 청년세대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는 신산업이 기득권인 기성세대의 이해관계에 맞춰 가로막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더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경태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 사정을 무시한 무리한 정책 추진으로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다”며 “교육 평준화와 자율형사립고 폐지 등 획일적 균등 추구로 다양한 기회 창출이 막히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