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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탐구…김종인은 무엇을 좇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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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탐구…김종인은 무엇을 좇고 있나

지난 7월초 ‘정치인 탐구’ 첫 회로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현재 민주당 대표)을 내보낸 적이 있습니다.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유력 대선주자로서 어떤 정치적 성향과 포부를 갖고 있는지가 궁금해서였습니다. 이번에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2회에 걸쳐 탐구하는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요즘 “도대체 정체가 뭐냐”는 아우성이 비등하죠.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기업규제 3법’이나 집단소송법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입니다.

김 위원장이 ‘경제 민주화’를 주창하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기업규제 3법’ 등에 이렇게 노골적으로 찬성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경제계가 느끼는 배신감도 큽니다. “문재인 정부의 입법 폭주를 막아야할 야당 지도자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는 불만이 팽배합니다.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치 공학에 매몰돼 보수의 진정한 가치(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전통 지지층들의 비판도 많습니다.

그는 정체성을 따지고 묻는 한경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보수는 진짜 보수가 뭔지를 모른다.” 보수의 가치를 말하는 사람들 치고 보수의 개념이나 지향성을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기업규제 3법 등을 막아달라고 찾아온 경제계 대표들에게 면박을 준 얘기도 소개했습니다. “국가가 사회적으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불공정에 대한 일반 시민의 분노가 컸을 때, 기업들이 진정시키려는 노력을 얼마나 했느냐”고 다그쳤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들에 대한 특유의 부정적인 시각을 늘어놨습니다. 해당 법안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에 “대한민국 경제를 자기네들(기업들)만 걱정하는 줄 아느냐…엄살 부리지 마라…내가 다 과거에 경험해봤지만 법을 회피할 수단은 누구보다 많은 게 바로 기업하는 사람들”이라고 했습니다. 단호하고 직선적 화법 속에 ‘당신들은 아무 것도 모른다. 내가 사정을 잘 알고 있으니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편협과 오만이 엿보입니다.

인터뷰를 하고, 정리를 하면서 마음이 썩 개운치 않았습니다. 기업과 경제가 국회의 규제법안폭주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데도 엄살을 부리고 있다는 제 1야당 대표의 생각을 그대로 전달해야할지, 아니면 비판을 해야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습니다. 김 위원장이 지지율 운운하면서 보수의 가치를 아무렇게나 말하고 다니는 것도 그랬습니다. 스스로 자유 시장경제를 강조면서도 정작 시장 자유를 훼손하는 정부 개입에 대해서는 찬성을 하니 말입니다.

그래도 ‘김종인 탐구’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코너에 몰린 보수 야당의 단기 대안일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야당을 통할하고 있는 정치인이라는 이유에서 만은 아닙니다. 한경 정치부 기자들이 오랜 시간 취재하고 토론한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여당의 이념적 편향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데, 야당은 거꾸로 전통적 이념을 내려놓겠다고 하는 상황을 이해하시는 데도 도움이 될 겁니다. A1,5면에 좌동욱 고은이 김소현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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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국 때리기…소련 해체가 떠오르는 이유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이어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의 상징’으로 불리는 SMIC도 정조준하고 나섰습니다. 자국 반도체업체들을 대상으로 SMIC에 반도체 기술과 장비를 수출하려면 정부의 허락을 받으라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이유는 SMIC가 중국 인민해방군과 밀접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민간이든 국방이든, 중국의 반도체산업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몇 년전 미중 무역갈등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양국의 대립이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될 줄은 몰랐습니다. 서로 잃는 것이 많은 만큼 적정선에서 절충이 이뤄질 것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과 제재는 해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대표 전자기업인 화웨이는 다른 국가로부터의 반도체 조달이 전면 중단됐습니다. 현재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는 중국 기업들은 300개에 육박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의 ‘대국굴기’를 견제하겠다는 차원을 넘어 아예 중국을 완전히 분쇄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 같다는 진단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습니다. 1990년대초 소련을 해체하는데 가동한 전략을 다시 구사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과거 미국은 냉전체제를 끝까지 끌고 나가면서도 중국을 자본주의 진영으로 끌어들여 소련을 고립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중국의 개혁 개방을 지원하면서 소련과 동유럽 동맹은 완벽하게 봉쇄한 것입니다.

이번에는 중국이 고립될 차례라는 것이 이들의 분석입니다. 사실 아시아와 유럽에서 중국의 우군을 찾아보기가 어려운 여건입니다. 일본 인도 베트남 필리핀 호주 등 인접국들과 잦은 영토분쟁과 마찰을 빚은 데다 최근에는 홍콩마저 무리하게 복속시키면서 ‘불량국가’의 이미지만 잔뜩 쌓고 말았습니다. 중국을 두려워하는 국가는 있어도 중국을 좋아하고 의지하는 국가는 거의 없습니다.

미국의 공세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의 급소인 ‘대만 문제’에 적극 개입하고 있습니다. 외교적으로 고립돼 있던 대만을 돕기 위해 ‘대만여행법’을 시행한 데 이어 미국 우방들과 대만의 수교, 대만의 국제기기 진출 등을 지원하는 ‘타이베이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지난 8월엔 미국의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만을 공식 방문해 아이잉원 총통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단교(1979년) 이후 대만을 방문한 최고위급이었습니다.

중국은 대만 앞바다에 전투기를 띄우는 무력시위로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미국은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만에 대한 무기 지원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대만이 직접 중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공대지 미사일도 팔았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반도체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의 대중(對中) 공급을 차단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이뤄졌습니다. 중국 중심의 산업 공급망을 완전히 해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읽을 수 있습니다.

향후 글로벌 경제 흐름을 제대로 짚으려면 미중 갈등을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놓아야할 것 같습니다. 양국이 예전처럼 적당히 협력하고 적당히 경쟁하는 관계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제 인류가 다시는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것처럼 미중 관계도 되돌리기엔 너무 험한 길을 와버렸습니다. 미국 보다 중국에 기울어 있는 우리 외교전략도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A8면에 황정수 기자와 조재길 뉴욕특파원 등이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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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단독…서울 아파트 월세, 전세 첫 추월

시장 원리에 기반을 둔 경제전망은 어김없이 들어 맞습니다. 세입자의 권리를 대폭 강화한 임대차 3법이 지난 7월말 국회를 통과한 직후 많은 전문가들이 ‘전세 종말’을 예고했었습니다. 그리고 두달여가 지났습니다. 서울 지역의 아파트 임대 매물 가운데 월세(반전세 포함)가 전세를 처음으로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평소 전세물량이 월세의 1.5배를 웃돌던 시장 흐름이 완전히 뒤바뀐 것입니다.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의 도입으로 재산권 행사에 큰 제약이 가해지자 집 주인들이 대거 전세를 월세를 돌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25개 자치구별로는 은평구 전세가 7월말 1287건에서 이달말 124건으로 90.4%나 감소했습니다. 송파구 양천구 도봉구 강서구 등도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이에 따라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전세는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전용 84㎡ 전세는 일주일만에 호가가 8000만원이 올랐습니다.

‘전세의 월세화’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재산권 행사에 불편이 생기는 정도에 비례해 더 많은 보상을 받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 본성입니다. 집 주인들은 전세 세입자와의 골치 아픈 협상에 시달릴 바에야 월세나 많이 받는게 낫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습니다. 게다가 수급 칼자루도 그들이 쥐고 있습니다. 추석 이후 이사철에 주택 임대 시장이 큰 혼란에 빠져들 것 같습니다. 신연수 정연일 기자가 A1,3면에 단독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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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편집국장 조일훈

(끝)

오늘의 신문 - 2024.04.2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