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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상법개정안, 경영에 큰 문제없다”…생방송 본 기업인들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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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잘못해서 집단소송
징벌적 손해배상 법안 나와"

잇단 당내부 반발엔 "변화 없으면
지지율 안 오른다" 강경

전문가 "경제에 국경 없는데
왜 자꾸 한국적 규제로 옥죄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상법과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등 ‘기업규제 3법’이 현행 정부 안대로 통과돼도 기업 경영에 큰 지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집단소송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무부의 집단소송제법 제정안에 대해서도 사실상 찬성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런 발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정상화된 후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규제 3법’을 논의하자”는 재계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것이어서 기업들이 충격을 받고 있다.
“재계 우려 과도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목동 대한민국예술인센터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기업규제 3법’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는 경제계에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기업규제 3법, 집단소송법,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같은 법안이 기업을 옥죄는 규제’라는 지적에 “그동안 나온 기업들의 행태를 보고 ‘지속되면 안 되겠다, 시정하겠다’고 낸 법안”이라며 “상법 개정안이 현행대로 통과된다 해도 기업을 운영하는 데 크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기업규제 3법이 통과되면 기업 경영이 위축되고 경영권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재계 의견을 반박한 것이다. 지난주 김 위원장이 기업규제 3법에 대해 원론적인 찬성 의견을 밝힌 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주요 경제단체장은 김 위원장을 잇따라 만나 “관련 법률안을 신중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너무 지나치게 ‘기업을 옥죄는 법’이라고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 기업 관행을 보면 (새로) 법을 규정한다고 해서 경제 활동을 못하는 일은 없다”고 못박았다. 또 “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정말 문제가 되는 조항이 있으면 수정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재계 우려가 과장됐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의) 상법 개정안에 있는 조항을 경제민주화 조항이라고 갖다붙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김 위원장이 발의했던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과 비교하면 규제의 강도가 세지 않다는 의미다.
재계 “규제 법안 또 나오나” 패닉
경제계는 이날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전날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집단소송제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도 찬성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김 위원장은 2012년 말 새누리당(현 국민의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자격으로 만든 경제민주화 공약에서도 ‘불공정거래에 징벌적 손해배상 및 집단소송제’를 포함시킨 바 있다. 이와 관련,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관련 정부 입법안도 당론을 별도로 정하지 않고 소관 상임위가 세부 내용을 살펴본 뒤 입장을 정하게 될 것”이라며 “기업규제 3법과 동일한 프로세스를 밟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규제 3법’에 대한 당 내 반발에도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사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공세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여러 문제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며 “끊임없이 변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지지율은 올라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의 이날 생방송 인터뷰를 지켜본 기업들은 “야당 대표가 정부의 기업규제 관련 법안을 홍보하고 다닌다”며 크게 놀라고 있다. 4대 그룹의 한 대관담당 임원은 “기업규제 3법이 통과되면 지분을 확보하고 경영권을 방어하느라 고용과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일자리 뺏는 법’, ‘기업 투자 줄이는 제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른 관계자는 “21대 국회 들어서자마자 기업규제 관련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며 “뒤늦게 김 위원장을 찾아가는 경제단체장들도 일하는 척 시늉만 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경제에 국경이 없는데 왜 자꾸 한국적인 규제를 내세워 기업들을 옥죄는지 모르겠다”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 하지 않는다면 갈라파고스가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또 “현행 상법이 그대로 통과되면 투자보다는 소송을 통해 이득을 보려는 투기 세력이 몰려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좌동욱/송형석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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