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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규제법 찬성' 다시 밝힌 김종인…野 내부선 '신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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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시장질서 보완 위해 만든 법
경제민주화 내건 이상 거부 못해"
與 "정기국회서 처리하자" 재촉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소위 ‘공정경제 3법’(공정거래법 개정안·상법 개정안·금융그룹통합감독법 제정안)에 대해 “거부할 입장이 아니다”고 거듭 찬성 의사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김 위원장의 개혁의지를 환영한다”고 화답하면서 해당 법안들의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업 경영활동을 옥죌 것이란 산업계의 우려가 적지 않은 데다 관련 상임위원들은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의가 본격화하면 여야 간 이견이 돌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정경제 3법’ 급물살 타나
김 위원장은 17일 기자들과 만나 공정경제 3법에 대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다소 내용상 변화는 있을 수 있겠지만, 세 가지 법 자체에 대해 거부할 입장은 아니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들은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를 강화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어 산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여론에서 ‘반(反)시장적인 법이 아니냐’고 하는데, 그 표현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시장 질서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라고 밝혔던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발언이다. 이날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자”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우리 당도 이번에 정강·정책을 개정하면서 ‘경제민주화’를 (명문화)했기 때문에 그 일환으로 보면 모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국민의힘이 최근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를 첫 번째로 명기하는 등 공정경제와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해온 행보와 맥을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예전 같았으면 당론으로 무조건 반대했을 법안들”이라며 “무조건 찬성한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 당도 달라졌고 큰 방향 자체엔 동의한다는 흐름을 (김 위원장이)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했다.

윤관석 정무위원장(민주당)은 “김 위원장의 공정경제를 위한 법 개정 의지를 환영한다”며 “양식과 소신을 지닌 여야의 정치인들과 협치하고 연대해 법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도 “경제민주화 법안은 19대, 20대 국회에서 야당 반대로 무산됐지만 국민의힘이 정강·정책을 개정하면서 경제민주화 구현을 약속했기 때문에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언급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은 정무위에서, 상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하게 된다.
野 상임위원 “꼼꼼히 따질 것”
김 위원장이 ‘총론’에선 해당 법안 제·개정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해당 법안들엔 ‘독소 조항’으로 언급되는 부분이 많은 만큼 실제 논의에 들어가면 여야 간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김 위원장은 관련 상임위인 정무위와 법사위 간사를 불러 해당 법안들에 대한 여당과의 협의 방향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찬반이 팽팽한 법안이라 공청회와 간담회를 통해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듣겠다고 (김 위원장에게) 말씀드렸다”며 “심도 있게 심사하겠다는 말에 위원장도 수긍했다”고 설명했다. 당장 찬성 또는 반대를 정해놓지 않고 법안심사 과정에서 다양한 얘기를 들으면서 쟁점별로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국가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이고, 각국 입법례도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엔 결론이 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야당 상임위원 사이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가 어려운 만큼 기업 경영을 옥죌 가능성이 있는 해당 법안들을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정무위 소속인 윤창현 의원은 “코로나19 때문에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시되고 있는데 투자를 위축시키는 법을 통과시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일단 (법안을) 서랍에 넣어두고 경제상황을 더 지켜보는 게 맞다”고 했다. 같은 당 유의동 의원(정무위)도 “세월이 흐르면 법도 바뀌는 게 맞지만 부작용이 염려되는 내용까지 다 포함시킬 수는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당론 찬성이나 반대가 아닌 쟁점별로 입장을 정해 여당과의 협상 전략을 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야당 정무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중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는 안되지만 사익편취 규제 강화는 필요하다는 식으로 쟁점별로 다른 의견을 가진 의원이 많다”며 “기업이 해달라는 걸 다 해줄 순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당 비대위 관계자는 “큰 방향은 정해진 만큼 각론 조율은 각 상임위에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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