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 재임 기간 일본의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4배로 불어났다. 재정의 국채의존도는 32%에서 56%로 상승했다. 기업의 설비투자와 가계의 소비가 늘지 않자 재정지출로만 경제를 움직이려 한 결과다. 무제한적인 양적완화의 피로도도 위험수위다.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대량 매입한 중앙은행(일본은행)의 국채 보유잔액은 2013년 3월 말 128조엔에서 현재 499조엔으로 네 배 가까이 늘었다. 일본 국채의 44%를 일본은행이 갖고 있다. 8월 말 현재 상장지수펀드(ETF) 보유금액도 33조엔에 달한다. 그 결과 일본은행의 총자산도 8년여 만에 4.3배 증가했다. 일본은행이 비대해질수록 출구전략은 어려워진다. 국채 비중을 줄이려 하면 국채 가격이 떨어져 금리가 오르고 주가가 폭락하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이 거의 모든 금융완화 수단을 동원한 탓에 스가가 쓸 수 있는 카드도 마땅치 않다는 평가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산케이신문에 “잠재성장력이 떨어져 경기가 부진했던 것인데 아베 정부는 디플레이션 탈출에만 초점을 맞췄다”며 “새 총리는 재정·금융정책을 대폭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출산·고령화의 진전에 따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회보장비 지출은 정권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다. 연금과 의료보험, 육아수당 등 일본 정부가 연간 지급하는 사회보장비는 2018년 121조엔에서 2040년 190조엔으로 불어난다. 아베 총리는 “내각 최대의 도전”이라며 고령자의 사회보장비를 줄여 현역 세대의 복지를 늘리는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추진했지만 이제는 스가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됐다. 총재 선거 기간에 그는 소비세 인상을 언급했다가 여론의 후폭풍에 황급히 철회하기도 했다.
다만 새 총리가 취임하면 축전 송부, 상견례 등 소통할 수 있는 ‘외교적 계기’가 마련돼 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2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 양국 정상은 아직 한 차례도 통화하지 않았다.
도쿄=정영효 특파원/임락근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