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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무부처 대놓고 패싱하는 실세장관 '월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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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 '세제 개편'
추미애 법무는 '부동산 훈수'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책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 확산하면서 경제관료들의 전문성도 무시되고 있다.

국회의원 출신의 실세 장관들이 영역을 넘나드는 발언으로 경제정책에 훈수를 두고 있어서다. 정통 관료 출신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놔두고 다른 부처 장관이 세제개편 추진을 밝히거나, 비경제부처 장관이 부동산정책에 훈수를 두는 일까지 생겨나고 있다.

기재부 공무원들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월권’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내자 분노와 좌절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김 장관은 올해 6·17 및 7·10 부동산 대책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세제개편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6월에는 갭투자를 막는 방안을 묻자 “정부가 보유세 등 부동산 세제의 부족한 것을 손봐야 할 점이 있다”고 답했고, 7월엔 “증여세를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국토부가 부동산 대책 전반을 담당하는 부처인 것은 맞지만 세제개편은 기재부 세제실 업무라는 점에서 국토부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 무렵 ‘김 장관이 차기 경제부총리’라는 소문이 관가에 돌면서 김 장관이 부총리 예행연습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부동산 관련 글을 잇따라 게시해 도마에 올랐다.

추 장관은 지난달 “부동산이 급등하는 것은 투기세력 때문”이라며 “일반 주부에 이어 젊은 층마저 투기대열에 뛰어들고 투기심리가 전염병처럼 사회적으로 번졌다”고 진단했다.

추 장관은 7월 ‘금부(금융과 부동산)분리 정책’을 제안한 데 이어 신용창출을 부동산에 연동하는 것을 두고 ‘부동산 본위제’라는 표현을 써 빈축을 샀다. 경제학자들은 물론 국토부와 금융위원회 공무원들 사이에선 “금융을 모르고 하는 소리 같다”는 말이 나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3.2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