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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이재용 부회장이 유죄라면 모든 경영 활동이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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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무리한 기소" 지적

"한국 기업 신뢰 땅에 떨어져
경제 어려운데…더 악화 우려"
NYT "檢 승리 확실한 건 아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죄라면 모든 경영 활동이 죄가 된다.”

검찰이 1일 이 부회장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하자 경제·산업계 전문가들은 ‘무리한 기소’란 평가를 쏟아냈다. 이 부회장의 범죄 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데 검찰이 정치적 이유로 무리한 기소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삼성의 경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국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학계에선 검찰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기준 변경 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조직적인 범죄 행위’라고 판단한 데 대해 ‘검찰 역사상 가장 정치적인 결정’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1년9개월 동안 이 부회장과 삼성 임직원들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끌고 온 검찰이 자존심을 지키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사 결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지적이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면 그동안 벌인 수사에 대한 정당성이 없어진다”며 “법원의 판단을 한 번 받아보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들어 (정치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이런 일이 너무 많다”고 평가했다.

검찰이 정상적인 기업 활동마저 ‘범죄’로 낙인찍으면서 경제계 전반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프로젝트G’라고 불리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전략’을 이 부회장이 지시하거나 이를 결재했을 리 없다”며 “이 부회장이 유죄면 정상적인 경영 판단을 한 모든 최고경영자도 범죄자가 된다”고 비판했다.

수출 감소와 성장률 하락 등으로 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에서 삼성마저 흔들리면서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노조 중심 사회로 바뀌고 저성장 경제가 됐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삼성 리스크가 생기면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중첩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외신들은 검찰의 기소 결정에 대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뉴욕타임스는 ‘삼성 총수가 기소됐지만 구속되진 않았다’는 기사에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 6월 기소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자 한국 사회에선 사건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며 “검찰의 승리가 확실한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사법 리스크 장기화와 경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 역시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익명의 헤지펀드 매니저를 인용해 “대규모 인수합병(M&A) 같은 주요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수빈/황정수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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