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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출 줄이는 건 다음 대통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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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운용 중기계획 확정

2022년까지 확장재정 유지
약속했던 재정준칙은 미뤄

정부는 2022년까지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당초 내놓기로 한 재정준칙도 미뤘다. 2023년부터 지출증가율을 낮추겠다는 계획이지만 다음 대통령의 임기 첫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 없는 목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일 공개한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2024년 총지출이 올해 본예산보다 128조원 증가한 640조3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5년간 연평균 총지출증가율은 5.7%로 계획됐다. 연도별로 보면 내년 8.5%, 2022년 6.0%를 기록한 뒤 2023년부터 4%대로 낮아지게 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계속 이어진다. 2022년 이후 재정적자 규모는 연간 120조원대로 유지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비율은 -5.6~-5.9%대를 오갈 전망이다. 내년 46.7%인 국가채무비율은 2024년 58.3%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 경제가 V자로 반등하더라도 올해 기저효과가 크다”며 “경제 회복 추이를 고려해 점진적으로 총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는 계획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재부의 지출증가율 축소 일정이 현 정부의 재정 확장기조를 더 강하게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 정부가 예산을 짜는 2022년 예산안까지는 높은 지출 증가율을 허용하고, 다음 정부에서 예산안을 만드는 2023년부터 지출증가율을 큰 폭으로 줄이도록 해서다. 정치권에선 대통령 임기 첫해에는 통상 공약 실천을 위한 예산 지출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목표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재정건전성 악화 기조가 이어지는 중기 계획을 마련하면서 재정건전성 지표를 법으로 관리하는 재정준칙은 발표하지 않은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가채무비율을 60%까지 높인다고 해놓고 무슨 재정준칙을 도입한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준칙을 먼저 만들고 예산안을 발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GDP 대비 재정수지적자 비율이 향후 5년간 -5%대로 유지되는 것도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3.2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