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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오르는 서울 집값, 추격 매수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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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오르는 서울 집값, 추격 매수 신중해야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8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 가격과 전세 값이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매매는 11주, 전세 가격은 60주 연속 상승세입니다. 강남구나 송파구 등에선 신고가 행진을 벌이고 있는 아파트들도 있습니다. 정부의 8·4 공급 대책이 미흡하다고 여기는 무주택자, 1주택자 등 30~40대 실수요자들이 계속 매수에 가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A1,5면에 심은지 기자입니다.

향후 장세는 어떨까요. 집값 상승요인과 하락요인을 각각 나눠서 살펴본 뒤 각 요인들의 무게를 달아보면 방향성이 나오겠죠. 신문에 이런 기사를 함부로 쓸 수는 없지만, 저는 하락 쪽이라고 생각합니다. 규제 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아무래도 코로나에 신경이 쓰입니다. 기본적으로 자산 가격은 소득의 함수입니다.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위험자산들은 개인과 기업의 소득창출 능력이 떨어지면 동반 하락하게돼 있습니다.

한경 집코노미에서 족집게 전망으로 인기를 모은 이상우 분석가의 집값 분석도 소득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 핵심지역에 모여든 젊은 맞벌이 부부들의 높아진 소득이 강남 뿐만 아니라 마포 용산 성동 과천 분당 등지의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겁니다. 이 설명대로라면 소득이 정체되거나 낮아지면 집값은 떨어지게 됩니다.

유동성 장세, 영원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정부의 2분기 가계소득 발표가 있었습니다. 명목상의 소득은 늘었지만 정부가 나눠준 긴급재난지원금을 제외한 소득은 역대 최악이었습니다. 2분기 근로소득은 322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했고 사업소득은 94만2000원으로 4.6% 줄었습니다. 재산소득도 11.7%나 감소했습니다. 이 3개 소득이 동시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코로나 여파가 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A8면에 강진규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다시 얘기를 앞으로 돌려보죠. 소득이 이렇게 감소하고 있음에도 집값이 계속 오른 이유가 있습니다. 제로금리 시대의 도래로 돈 값이 떨어지고 자산 가격은 올라가는 유동성 장세가 펼쳐졌다는 점은 다 아실테구요. 두 번째는 지난 몇 년간 서울과 수도권에 양질의 주택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유동성 장세와 공급 부족 문제가 완화되거나 사라지면 집값은 소득의 함수를 기준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유동성 장세가 사라질까요. 일단 올해는 아닐 것 같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금리를 올릴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대규모 국채까지 발행한 마당에 재정적자 때문에라도 섣불리 금리를 올릴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돈은 의심이 많은 생물(?)입니다. 그리고 쏠림현상 또한 대단합니다. 더 이상 부동산 쪽에 먹을 것이 없다고 느끼면 썰물처럼 빠져나갑니다. 지금은 ‘패닉 바잉’이라는 용어가 유행하고 있지만 내년 쯤엔 ‘패닉 셀링’이 더 익숙해질지도 모릅니다.

소득은 마이너스, 집값은 플러스?

실물경제가 나빠질수록,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수록 부동산(위험자산)에 몸을 담고 있는 돈의 의심은 커질게 분명합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7월25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GFSR)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실물경제와 시장의 괴리 현상이 위험 자산의 가치에 또 다른 조정을 가져올 위험성이 있고, 이는 경기 회복에 위험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자산가치에 대한 조정’이라는 말은 화폐와 자산의 교환비율이 적정한지에 대한 의심이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IMF가 경고했다는 이유로 권위를 인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가가 마이너스인 시대에서 자산 대비 화폐 가치가 무한정 떨어질 수는 없습니다. 언젠가 멈춥니다. 주식으로 치면 상투를 잡는 때가 옵니다. 곧 올 것 같습니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쑥대밭이 된 뉴욕 정도를 제외하곤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의 집값이 유동성 효과로 모두 급등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들 도시의 현재 집값은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데이터저널리스트인 제임스 프랜샴이 작년 말에 가격 전망을 내놓을 때보다도 훨씬 높습니다. 당시 이 분석가는 2019년말 주요 도시 부동산 가격에는 거품이 많이 끼어있는 만큼 2020년엔 일부 도시에 폭락장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었습니다. 그때 사용한 분석기법도 소득과 자산의 상관관계였습니다. 소득에 비해 자산가격이 너무 많이 오른 만큼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었습니다.

작년 말과 비교해 지금은 어떻습니까. 소득이 마이너스인데, 집값은 급등했습니다. 실물경제와 위험자산의 괴리가 더 심해진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 괴리를 좁히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겁니다. 그때가 거품이 터지는 순간입니다. 풍선을 불어보면 그런 느낌을 아실 겁니다. 곧 터질 것 같아도 아슬아슬하게 부풀어 오르고, 환호성이 몇차례 이어지다가 마침내 ‘펑’하고 날아가는 것 말입니다.

수급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 주택공급 부족 문제를 얘기해야겠네요. 한국만의 특별한 현상이므로 유동성 장세의 소멸과 별개로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겁니다. 하지만 공급 부족을 당장 해소할 수 없다는 사정을 시장이 충분히 알고 있고, 현재 가격에 어느 정도 반영돼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 강남과 강북 핵심 지역은 몰라도 외곽엔 꾸준히 공급이 늘고 있습니다. 비록 임대주택 중심이긴 하지만, 정부의 공급의지도 상당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보유세가 어마어마합니다. 정치부 좌동욱 기자의 취재(A5면)에 따르면 종합부동산세 납부자의 평균 세 부담은 매년 20%씩 늘어날 전망입니다. 재산세액도 공지시가 상승으로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불경기에 소득 줄고 일자리 잃는 사람들은 이 정도의 세금을 부담하기가 어렵습니다. 보유세를 징벌적으로 물리면 어쩔 수 없이 집을 팔 것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판단은 그 자체로 틀린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수요측 요인도 예전같지 않습니다. 코로나 확산으로 소득 감소와 고용 불안이 지속되면 실수요 기반도 약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집에 살고싶어도 직장을 잃으면 소용이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맞벌이 부부 중에 한 사람만 실직을 해도 그럴 겁니다. 수요가 약해지만 집값은 저절로 떨어집니다. 저는 이 모든 복합적 요인들이 집값을 끌어내리는 시기가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빚으로 올린 가격은 모래성 같은 것

그래도 이런 의문이 남습니다.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을 빠져나오려면, 대체 투자처를 찾아야 하는데 과연 부동산 만한 것이 있을까? 주가도 이미 많이 올랐는데 어디로 간단 말인가? 저도 함부로 단정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우선 다른 자산과의 비교 평가가 이뤄지겠죠. 그 다음엔 실물경제 동향에 따라 움직일 겁니다. 가만히 따지고 보면 원래 은행 예금이나 채권에 머물던 돈이지 않았습니까.

한가지 확실한 전망은 유동성이 부동산을 떠나기 시작하면 결코 질서정연한 퇴각이 아닐 것이라는 점입니다. 많은 피해가 발생할 겁니다. ‘하우스 푸어’ ‘렌트 푸어’라는 말 들어보셨죠? 지난 박근혜 정부 초기 거래절벽과 가격하락으로 부동산 시장이 빙하기에 접어들었다고 한탄하던 시절의 용어입니다. 주요 지역에 미분양이 속출해도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의 일입니다.

제가 집값의 향배를 맞힐 수는 없습니다. 그럴 의도로 이 글을 쓰는 것도 아닙니다. 자산가격은 결국 실물경제의 흐름에 따라 결정된다는 말씀을 드리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경제를 보십시오. 미국 중국 유럽의 성장률을 챙겨보십시오. 대한민국 일자리가 안전하다고 볼 수 있습니까. 이 와중에 가계부채 기업부채 정부부채가 모두 치솟고 있습니다. 유동성의 다른 말이 부채입니다. 빚으로 쌓아올린 집값이 안정적일 수 있겠습니까.

주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동성 효과에 대한 의심이 커지는 정도에 비례해 코로나로 인한 실물경제 타격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겁니다. 20일 코스피시장의 급락이 그 신호탄일 지도 모릅니다.(A1,3면에 고윤상, 고재연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경기침체와 고용시장의 불안, 해외 수출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부동산도, 주식시장의 그래프도 성장률의 소득지표에 따라 정상궤도를 찾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없는 매물을 좇아 높은 호가에 추격매수를 하는 것은 위험해보입니다.

p.s.)코로나 재확산으로 외부 일정이 줄어든 탓에 <오늘의 뉴스>가 조금씩 길어지고 있습니다. 여유가 생기면 글도 말처럼 수다스러워질 수 있군요. 오늘까지만 봐 주시고, 다음부터는 조금 더 간략하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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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편집국장 조일훈

(끝)

오늘의 신문 - 2024.04.24(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