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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 사상 최악 실적…위기 절감한 신동빈 '새판짜기'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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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첫 비정기 인사

사드·경영권 분쟁·코로나로 내우외환 "물러설 곳 없다"
롯데케미칼·정밀화학 등 유통·화학社 이익 급감 '쇼크'
디지털 전환 박차…2023년까지 온라인 매출 20兆 목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5월 초 일본에서 귀국한 뒤 내놓은 첫 일성은 “현장에 답이 있다”였다. 5월 17일 롯데백화점 본점(서울 소공동)을 시작으로 지난 8일 충청 메가물류센터까지 총 13차례 현장을 찾았다. 유통, 화학 계열사의 핵심을 두루 살폈고 최고경영자(CEO)들에게도 “과거 관행에 머물지 말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냈다.

13일 단행된 롯데그룹의 깜짝 인사는 신 회장의 이런 현장경영 행보와 연결돼 있다는 게 그룹 내부의 전언이다. 신 회장은 그가 받았던 서류상 보고와 실제 현장이 다르다는 걸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감한 인적 쇄신을 하지 않고선 그룹 존망조차 위태롭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첫 비정기 임원 인사
신 회장이 2018년 10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후 롯데그룹은 총 두 차례에 걸쳐 연말 인사를 단행했다. 2018년 말엔 소진세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사장)이 물러나는 등 선친의 가신(家臣)으로 일컬어지던 인사들이 용퇴했다.

작년 말 인사는 더 파격적이었다. 전체 임원 3분의 1에 해당하는 180여 명이 물갈이됐다. 실적이 부진했던 유통부문 계열사는 대표이사급 절반 이상이 교체됐다.

이날 롯데가 비정기 인사를 통해 또다시 인적 쇄신을 단행한 건 그만큼 위기 의식이 크다는 방증이다.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사회 의장)은 전무 시절부터 하이마트 인수를 지휘하는 등 롯데그룹의 경영 전략과 재무 등 핵심을 관장해온 인물이다. 신 회장은 2018년 말 동갑내기인 황 부회장을 중용해 그룹의 미래와 안살림을 맡겼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롯데그룹은 내우외환에 시달렸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인해 중국에서만 약 2조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경영권 분쟁은 그룹 전체를 흔들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쳤다.

2014년 경영진에 대한 검찰 조사로 시작된 ‘잃어버린 5년’의 결과는 올해 2분기 실적으로 여실히 드러났다. 롯데쇼핑은 올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이 14억원에 불과했다. 그나마 작년까지 선방했던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등 화학 계열사들마저 글로벌 업황 부진과 중국 업체들과의 출혈 경쟁으로 매출, 영업이익 모두 뒷걸음질쳤다.
완전한 ‘뉴 롯데’의 출발점
이번 인사를 계기로 롯데그룹은 ‘판’을 흔들 만한 새로운 미래 전략을 짜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 부회장의 용퇴와 함께 롯데지주 경영전략실은 ‘경영혁신실’로 이름을 바꿨다. 경영전략실은 윤종민 사장이 롯데인재개발원장으로 이동하는 등 임원 4명이 계열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동우 신임 롯데지주 사장은 1960년생으로 신 회장보다 다섯 살 아래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언택트(비대면)’ 소비라는 트렌드를 읽어내면서 롯데하이마트의 수익성을 대폭 개선시켰다. 후속 인사를 통해 ‘디지털 감각’을 지닌 인재들을 경영혁신실로 불러들일 것이라는 게 그룹 내부의 전망이다.

롯데그룹의 지향점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을 운영하는 롯데쇼핑은 네이버, 쿠팡 등 신흥 디지털 유통강자들의 위협 속에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신 회장은 이미 오프라인 점포를 구조조정하는 등 온라인 강화를 여러 차례 주문해왔다. 올초 출범한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ON이 핵심이다. 네이버 출신 검색엔진 전문가를 영입해 자체 검색엔진을 개발하는 등 반격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유통, 물류, 화학, 식음료 등 계열사 전반을 아우르는 빅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게 신 회장의 비전이다. 2023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롯데의 목표다.

박동휘/노유정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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