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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R&D의 힘'…"車 배터리, 제2 반도체 궤도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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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어닝 서프라이즈'

2분기 전지부문 이익 '최대'

작년 시설투자만 4조…1만7000여개 특허 보유
양극재 직접 생산능력 갖추며 원가경쟁력 확보
故구본무 회장 "차세대 먹거리로" 20년 투자 결실

LG화학이 매출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을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높은 시장 잠재력에 비해 수익성이 불확실하다는 시장의 의구심을 잠재우며 ‘제조업 코리아’를 이끌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각인시켰다는 분석이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릴 미래 산업이 될 것”이라며 배터리 투자를 시작한 지 20년 만에 결실을 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5년 180조원으로 메모리 반도체(17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아픔’ 딛고 배터리 투자
LG화학이 본격적으로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것은 20여 년 전인 1998년이다. 구본무 회장은 당시 영국 출장에서 2차전지를 접하고 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목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 주도의 ‘빅딜(사업교환)’로 반도체 사업을 현대전자(SK하이닉스의 전신)에 넘기는 아픔을 겪었지만 2차전지가 반도체 못지않은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했다.

구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LG화학은 초기 투자 시기인 2000년부터 미국에 법인을 설립해 2차전지 연구개발(R&D)에 들어갔다. 한국보다 10년 이상 앞서 있던 일본은 전기차용으로 니켈수소전지에 집중했지만 LG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가능성을 보고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지난해 시설투자만 4조원에 육박했다. 작년 전체 R&D 투자비용(1조1000억원) 중 배터리 분야에 30% 이상을 투입했다. LG그룹 고위 관계자는 “2010년대 초반 하이닉스가 매물로 나왔을 당시 정부가 LG에 인수를 제안했지만 구 회장은 ‘2차전지 사업과 미래 디스플레이에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다시 반도체 사업을 맡을 순 없다’며 거절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만 1만7000여 개의 특허를 확보했다. 한국 미국 중국 폴란드 등 업계 최다 글로벌 4각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올해 말 생산능력은 전기차 약 170만 대에 공급할 수 있는 100기가와트시(GWh)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24.2%로 세계 1위에 올랐다.
3분기에도 실적 호조
2분기 LG화학의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이끌어낸 것도 배터리 사업이었다. 그동안 ‘돈을 쓰던’ 배터리 사업이 ‘돈을 벌기’ 시작했다. 2분기 배터리 부문 영업이익은 1555억원으로 전 분기(518억원)의 세 배로 늘면서 전체 영업이익(5716억원)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차동석 LG화학 부사장(CFO)은 “자동차 배터리 사업의 구조적인 이익 창출 기반이 마련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LG화학은 배터리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양극재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서 원가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의 2분기 배터리 부문 매출은 2조8230억원으로 석유화학 부문 매출(3조3128억원)의 85%에 달했다. 3분기에는 역전이 예상된다. 화학이 아니라 배터리가 본업인 회사가 되는 것이다.

실적 호조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장승세 LG화학 전무는 “3분기 매출은 2분기 대비 25% 늘어날 것”이라며 “폭스바겐 등 고객사의 전기차 새 모델 출시, 원통형 전지를 채용한 전기차의 판매 증가, 소형 정보기술(IT) 기기 수요 확대 등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석유화학 부문 실적도 국제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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