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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 안났지만 9월부터 본격 생산"…코로나 치료제 승부수 던진 서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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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 회장 온라인 간담회

연말께 임상 2상 시험 끝내고
긴급 사용승인 나면 즉시 판매


셀트리온이 오는 9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치료제 임상 2상을 시작하면서 판매용 의약품 생산도 본격화한다. 연말께 종료되는 임상 2상 결과가 잘 나오면 정부의 긴급 사용승인을 받아 곧바로 치료제 판매에 나서기 위해서다. 상용화 속도를 앞당기기 위한 조치다. 업계에선 셀트리온이 이르면 12월께 긴급 사용승인을 받아 코로나19 치료제를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허가 전에 상업생산 시작”
서정진 회장(사진)은 20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주 내 건강한 사람 32명에게 코로나19 치료제를 투여할 예정”이라며 “12월 임상 2상을 종료하고 내년 상반기엔 임상 3상과 정식 허가심사가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 회장은 9월부터 코로나19 치료제를 상업용으로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판매 허가가 떨어지면 곧바로 환자에게 투약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23일 한 행사에서 “내년 초 치료제 판매 허가 절차를 밟는 동시에 500만 명에게 쓸 수 있는 치료제를 만들겠다”고 한 것보다 일정이 앞당겨진 것이다. 업계에선 “치료제 폐기 위험을 감수하고 재고를 충분히 쌓아두겠다는 것”이라며 “치료제 효능과 개발 완수에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지금까지 실험 결과는 긍정적이다. 회사 측은 동물 시험 과정에서 페럿(족제빗과 동물)과 햄스터에게 치료제를 투여한 결과 바이러스가 각각 100분의 1과 20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1500억~3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비용이 대규모 임상시험에 쓰인다. 임상 2상에선 200~300명, 3상에서는 2000~3000명에게 치료제를 투여할 예정이다. 서 회장은 “개발 기간을 당기기 위해선 임상 환자 확보가 관건”이라며 “보건복지부가 임상 환자 확보에 도움을 주기로 했고 영국과 유럽, 나아가 브라질 등과도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상 2상 결과가 잘 나온다면 긴급 사용승인 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서 회장은 “코로나19 치료제로 돈을 벌 생각은 없다”며 “제조 원가를 낮춰 많은 사람이 맞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바이오의약품 수탁생산 업체로서 쌓은 노하우와 높은 수율로 경쟁사 대비 낮은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코로나 신약 개발 선두권
셀트리온은 기존에 개발된 약물을 코로나19 치료제로 바꾸는 게 아니라 신약을 만들고 있다. 서 회장은 “글로벌 상위 제약·바이오 기업 중 새 치료제를 개발 중인 회사는 미국의 리제네론과 셀트리온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유일한 치료제인 미국 제약기업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는 2016년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된 약물이다.

코로나19는 바이러스 외막에 못처럼 생긴 돌기, 스파이크 단백질이 사람의 세포 수용체와 결합해 세포 속으로 침투하는 질병이다.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는 단일 가닥의 리보핵산(RNA)과 단백질을 복제한 뒤 밖으로 나와 또 다른 세포를 공격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폐 손상 등이 발생한다.

셀트리온의 치료제는 스파이크 단백질 머리 부분인 S1을 공격하는 항체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단백질이 세포 안으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침투하더라도 세포 내에서 막을 형성해 복제를 막는다. 서 회장은 “현재의 바이러스 변이 수준으로는 머리(S1)만 공격해도 치료가 가능하다”며 “다만 변이가 발생할 경우 변이가 거의 없는 몸통인 S2를 공격해야 할 수도 있어 이와 관련한 슈퍼 항체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렘데시비르보다 유망”
전문가들은 세포 내에서 항원이 침투한 뒤 일어나는 RNA 복제를 막는 역할에 그치는 렘데시비르보다 항체 치료제가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항체 치료제가 스파이크 단백질(항원)에 대한 결합력이 높고 부작용이 적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기업은 50여 곳이다.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른 항체 치료제는 리제네론의 ‘REGN-COV2’다. 리제네론의 항체 치료제는 지난 7일 임상 3상에 들어갔다. 셀트리온보다 2~3개월 정도 앞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회사는 수많은 항체 후보물질 중 가장 결합력이 높은 두 개의 항체를 골라 만든 이중항체를 이용한다. 한 개가 아니라 두 개 항체를 이용하는 만큼 바이러스에 붙어 공격할 확률이 높아진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 외에도 앱클론, 와이바이오로직스 등이 항체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제넥신과 손잡고 인간 항체라이브러리에서 발굴한 15종의 중화항체를 공동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박영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는 “늦게 시작한 만큼 더 뛰어난 항체를 선별하는 연구에 시간을 쏟았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우섭/최지원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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