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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CC·뉴서울CC도 택지로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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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소유 골프장·시설 물망

정치권 "최대 10만 가구 공급"

"태릉 이외 서울 접근성 떨어져
대체지·기존회원 반발도 변수"

태릉골프장이 신규 주택공급 후보지로 지목된 가운데 다른 정부 소유 골프장과 군 시설 등의 택지 개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관계부처 간 협의 등이 필요하겠지만, 최대한 많은 공급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워낙 강한 상황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그린벨트가 보존되는 것으로 결론났기 때문에 언제든 택지로 지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관계기관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태릉골프장 외 정부가 소유한 수도권 골프장으로 개발될 수 있는 곳은 경기 기흥 88CC(면적 280만5000㎡),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예술위원회 골프장인 경기 광주 뉴서울CC(277만㎡) 등이 있다.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은평구 56사단, 서울 강남구 내곡동 예비군 훈련지 등도 거론된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런 부지를 개발할 경우 최대 10만 가구 공급이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동산 공급대책으로 서울 인접지역에 정부가 보유한 골프장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당과 정부에 최근 제안했다.

하지만 이들 부지의 입지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88CC와 뉴서울CC 등은 기존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 대책에 포함된 택지들과 비교해도 서울 접근성이 좋지 않다”며 “이들 부지에 아파트를 지어도 서울 수요 분산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 역시 “이들 지역에는 이렇다 할 광역교통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교통여건 등을 고려해도 적합한 입지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 부지를 주택용지로 활용하려면 대체 시설을 내줘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국방부는 2011년 위례신도시 개발계획에 따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군 골프장인 남성대CC를 내주면서 대체 골프장으로 경기 여주 그랜드CC(현 동여주CC)를 받았다. 태릉골프장을 비롯한 정부 소유 골프장 활용 방안이 본격화될 경우 대체지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골프장 몸값이 많이 올라 재정 부담이 작지 않을 수도 있다.

기존 회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예를 들어 88CC는 회원 2000여 명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골프장 관계자는 “입회비만 해도 최소 4000억원이 넘는다”며 “수용 과정에서 갈등과 소송이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골프장당 300여 명(36홀 기준)에 달하는 직원·캐디들의 고용승계 문제도 있다. 골프장이 매년 벌어들이는 돈이 기금으로 운용되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한다. 국가보훈처가 운영 중인 88CC는 연간 120억원가량을 보훈 기금으로 내고 있다. 뉴서울CC도 매년 62억원 안팎을 문예진흥기금으로 출연 중이다.

최진석/김순신/임락근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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