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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장관의 엉터리 부동산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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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장관의 엉터리 부동산 진단

“박정희 개발독재시대 이래로 서울 한강변과 강남택지 개발을 하면서 부패권력과 재벌이 유착해 땅 장사를 하고 금융권을 끌어들였습니다. 금융권은 기업 가치보다 부동산에 의존해 대출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금융과 부동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기형적 경제제체를 만들어온 것이죠.…한국 경제는 금융이 부동산을 지배하는 경제입니다. 불로소득에 올인하면서 땀 대신 땅이 돈을 버는 부정의,불공정 경제가 된 것입니다.…”

지난 1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한다며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진중권 씨는 “그 귀한 의견을 국무회의에서 표명했다면 내가 박수를 쳐줬을 것”이라며 법무장관의 부동산 문제 언급 자격을 비꼬았지만 정작 저는 이런 말을 국무회의에서 했더라면 큰일날 뻔 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국무위원이 한국 부동산 시장의 문제를 과거 부패권력과 금융자본의 짬짜미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는 인식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추 장관이 원래 부동산 문제에 대해 급진적 의견을 갖고 있다는 점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남을 비롯한 서울 도심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불로소득에 올인한 부패 세력때문이라는 것은 너무나 엉뚱하고 시대착오적인 말입니다. 국민소득 5000달러, 1만달러 시대의 자산 가격과 3만달러 시대의 그것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성장에 따른 도시화의 진전과 확대는 도심의 모습과 스카이라인을 완전히 바꿔놓습니다. 전 세계 모든 대도시가 그렇습니다.

드라마 ‘미생’을 보면 주인공이 ‘생산공장들은 지방에 있는데 서울 본사 빌딩에도 많은 직원들이 있어야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건물의 고층화, 도시의 집중화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한 것인데요, 추 장관 같은 사람은 달동네 사는 주인공도 알고 있는 이런 상식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도시의 수많은 업무용 고층빌딩과 대형 상업시설이 모두 자산가격을 부풀리기 위한 금융사들의 대출로 들어섰다는게 말이 됩니까. 어떻게 금융이 부동산을 지배합니까. 은행이 대출을 많이 해서 집값 급등을 지탱하고 부추겨왔다는 말입니까.

자산가격은 경제성장과 도시화에 정비례합니다. 거꾸로 도시와 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경제가 추락하면 금융과 부동산 모두 내리막길을 걷는 겁니다. 집 주인, 땅 주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현상을 설명하는데 ‘부패 세력’이나 ‘재벌’같은 정치적 시각을 갖다붙이니 비뚤어진 진단이 나오는 겁니다. 경제를 모르면 가만히 계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부동산 비리세력이 있었다면 본인이 민주당 대표 등 힘 있는 자리에 있을 때 척결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과거 10년의 민주당 집권기에 도대체 뭘한 겁니까.


집주인도, 세입자도 모두 괴롭다

지난 18일 서울에서 수백명의 시민들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집주인도 국민이다’ ‘세금으로 국민을 죽일 셈이냐’ ‘임대차 3법 소급적용 반대’ 등의 구호들이 나왔습니다. 당초 집주인들은 조직화되기가 어려울 것으로 봤는데, 어지간히 열을 받은 모양입니다. 1주택자까지 보유세 부담을 늘리고 그 부담이 세입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괴로운 상황입니다. 대통령과 정부는 뒤늦게 그린벨트 해제 등 공급확대 카드를 검토하고 있지만 이미 부동산 정책은 수습이 어려울 정도로 많이 헝클어져 있습니다. ‘원하는 집을 원하는 수량만큼 충분히 공급한다’는 메시지를 주지 않으면 시장의 복수를 견디기 어려울 겁니다.

시장경제체제에서 개인의 선택은 임의성을 갖고 있습니다. 자신의 판단에 따라 마음대로 한다는 뜻입니다.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거래를 피하면서 이익을 최대한 지키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거래가 성립하는 이유는 자신과 반대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반면 정부의 선택은 구속력을 갖고 있습니다. 위반시 제재를 받습니다. 개인을 비롯한 경제주체들은 자신에게 불리한 법이나 규정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이런 비대칭성 때문에 정부는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국민들의 권리 침해 가능성을 민감하게 살펴야 합니다.

세금부담을 늘리는 것은 납세자의 조세저항을 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민의 기본권인 재산권을 제약하고 침해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집주인들이 조직적인 반발에 나선 것은 그 정도가 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정부 정책 앞에서 자신의 이익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두가지입니다. 순응 아니면 저항이겠죠. 서민준 배정철 김익환 백승현 기자 등이 A1,3면에 지난 주말 부동산 시장과 당정청에서 쏟아져나온 뉴스를 정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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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펀드의 시대는 다시 올 것인가

라임, 옵티머스 등 대형 사모펀드들이 속속 사고를 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는데도 공모펀드 시장은 반사이익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익률이 검증되지 않은 공모펀드에 돈을 넣을 바에야 차라리 스스로 자금을 굴리겠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한때 국민들의 자산증식 수단으로 각광을 받았던 공모펀드는 왜 이 지경이 된 것일까요.

그리고 코로나 위기때 대규모 베팅에 성공한 동학개미들은 늘어난 투자자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까요. 이미 많이 오른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주식들에 대한 직접투자는 여전히 유망한 것일까요. 한국경제신문은 코로나 위기의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 위험을 낮추고 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해줄 수 있는 대안 중의 하나로 공모펀드 활성화 문제를 다루기로 했습니다. A1,5면에 김동윤, 전범진 기자 등이 총 3회 기획물의 첫 회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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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편집국장 조일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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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신문 - 2024.04.18(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