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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는 사람은 계속 전세 살라는 국가의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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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는 사람은 계속 전세 살라는 국가의 명령

당초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한 수단은 세금이었습니다. 양도소득세가 대표적입니다. 양도 차익에 많은 세금을 물려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죠. 그런데도 집값이 계속 오르자 대출규제가 시작됐습니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이 대표적입니다. 지역이나 가격에 따라 담보비율을 달리 하는 것이 전자이고, 소득에 따라 대출한도를 차등화하는 것이 후자입니다. 그러다가 투기지역내 15억원 이상 주택은 아예 대출을 원천 차단하는 정책까지 나왔습니다. 돈 있는 사람만 고가주택을 사라는 것이냐는 불만이 나왔습니다.

정부가 이번에는 훨씬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갭투자를 차단한다는 명목 아래 3억원이 넘는 주택까지 대출규제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서울 전 지역과 수도권 대부분이 해당됩니다. 또 무주택자라고 하더라도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면 6개월 안에 새집으로 전입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지금은 1주택자가 주택을 추가로 살 경우 기존 주택을 1년 내 처분하는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히 물샐 틈이 없습니다.

하지만 실수요자 입장에서 상황을 종합해보면 무척 고단해졌습니다. 은행에서 빚을 내 집을 사기가 무척 까다로워졌습니다. 특히 전세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내집 마련’ 꿈은 더 멀어질 전망입니다. 지금은 집을 새로 구입할 경우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지만 이제 전세대출은 받을 수가 없습니다. ‘왜 굳이 빚을 내서 집을 사야하느냐’고 타박하고 말 문제가 아닙니다.

제로금리 시대, 대출 길 막힌 서민들

더 좋은 집에 살고 싶은 욕구, 지금보다 더 나은 집을 소유하고 싶은 욕구는 우리 모두의 본성입니다. 이번에 발표된 규제는 자기 책임 아래 주거의 질을 높이고 싶은 욕구에 역행합니다. 부자들이나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부모를 둔 젊은이들이 마음대로 좋은 집을 고르는 동안 자금력이 부족한 서민들은 선택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합니다. 제로금리 시대에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기회를 날리는 것도 억울한 일입니다.

정부는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해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집값이 떨어져도 무주택 서민들의 내집 마련은 쉽지 않을 겁니다. 대기수요가 워낙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는다고 하지만, 경제발전과 소득수준 향상에 부합하는 주택 비율은 극히 낮습니다. 좋은 인프라를 갖춘 신축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이유입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재건축 등 공급을 틀어막는 정책을 더 강화하고 있습니다.

“전세 사는 사람은 계속 전세를 살아라. 이것이 국가의 명령이다.” 이렇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부동산 관련 규제도 너무 복잡해졌습니다. 기자들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까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이제는 신문 만들면서 주택 구입이나 투자 요령을 안내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진짜 부자들을 위한 지역별 투자가이드는 가능하겠지만 말입니다. A1,2,3면에 최진석 배정철 장현주 기자입니다.

p.s.)최근 몇 년간 가파르게 오른 집값이 문제이긴 합니다. 하지만 투기꾼들 때문에 이 지경이 됐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어느 시장에나 투기적 수요는 있기 마련입니다. 투기적 거품을 해소하는 것은 수급 균형에 달려있습니다. 좋은 집에 살고 싶다는 욕구를 충족시키지 않는 한, 집값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을 겁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는 중간층 사람들의 경제적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습니다. 너무 고집스러워서 걱정스럽습니다. 물론 경제가 폭망하면 집값도 폭락할 겁니다. 기업들이 도산하고 일자리가 사라지는 순간에 저가매수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때도 부자들만 콧노래를 부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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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도 노조를 만든다?

사적 계약을 통해 거래를 약속한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가 노사관계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년부터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단체교섭권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 사업자인 가맹점주들이 단체를 결성해 프랜차이즈 본사와 각종 교섭을 벌일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는 것인데요. 이것도 걱정이 많습니다. 조미현 기자가 A1,20면에 단독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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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이어 기적’ 이루겠다는 정치인들

오형규 논설실장이 ‘전 국민 기본소득의 환상’을 성서에 나오는 ‘오병이어의 기적’과 비교해 정치인들의 그릇된 주장을 꼬집었습니다. 대대적 증세 없이는 실현 불가능한 정책을 실현 가능한 것처럼 속여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반면 예수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을 배불리 먹였다는 기적은 고난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강력한 연대감이 밀어올린 종교적 해석이라는 설명입니다. 둘 다 불가능한 일이지만, 예수는 메시아였고 정치인들은 가짜 메시아라는 점이 다르다는 겁니다. A34면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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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편집국장 조일훈

(끝)

오늘의 신문 - 2024.04.20(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