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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근육' 단단하게 키워야 훌륭한 리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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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를 키우는 생각의 힘

이학영 지음 / 한국경제신문
312쪽│1만6500원

실리콘밸리가 막 형성되던 시기, 어느 스타트업의 팀 리더가 겪은 일이다. 갓 입사한 사원의 ‘사수’ 역할을 맡긴 엔지니어가 찾아와서는 “이 사원과 도저히 같이 일을 못하겠으니 당장 그를 해고해 달라”고 했다. 성격은 건방지고, 몸에선 끔찍한 냄새까지 풍긴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팀 리더의 눈에는 이 특이한 사원에게 뭔가 특별한 게 보였다. 그는 두 사람이 서로 교대로 업무를 처리하도록 했다. 같은 시간에 사무실에 있지 않고 각자가 자기 일을 하도록 한 것이다. 이 스타트업은 미국 게임회사 아타리다. 팀 리더는 아타리의 공동 창업자이자 세계적 컴퓨터공학자 앨런 알콘, 신입사원은 훗날 실리콘밸리의 전설이 된 스티브 잡스다. 잡스는 그곳에서 야간근무를 하며 회사에 큰 기여를 했다.

이학영 한국경제신문 상임논설고문이 쓴 《리더를 키우는 생각의 힘》에 등장하는 일화다. 조직의 리더가 직원들의 업무 몰입과 성과 향상에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다. 리더로서 사람을 볼 줄 아는 안목과 개성 강한 팀원들 간 조화를 이끌어내는 힘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이 책은 저자가 편집국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 6월부터 국내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보내고 있는 뉴스 큐레이션 이메일 ‘이학영의 뉴스레터’ 중 일부를 엮은 것이다. 280여 편 중 96편을 엄선했다. 올해로 5주년을 맞은 뉴스레터는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친 기사에 숨어 있는 관점과 메시지를 되새긴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생각의 힘을 깨우는 아침’이란 취지로 한국경제신문의 주요 기사를 소개하고, 자신의 감상을 에세이 형식으로 담은 글을 이메일로 발송한다. 현재 구독자가 5만여 명에 달한다.

이 책의 키워드는 리더십, 변화와 혁신, 사고법, 자기관리, 문화와 교양 등 다섯 가지다. 저자는 “훌륭한 리더가 되려면 강력한 카리스마나 완벽주의와 같은 ‘옛날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업의 변화와 혁신에 대해선 “넷플릭스와 아마존 같은 선도적 기업의 사례를 통해 자신만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정한 변화를 위해선 완벽한 계획보다는 실행의 필요성을 언급한다.

리더의 사고법에 대해선 “누구에게나 일상은 판단과 선택의 연속이지만, 리더의 판단은 조직의 생존과 성공을 좌우한다”며 “판단의 함정에 빠지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리더가 빠지기 쉬운 판단의 함정으로 익숙함과 무의식, 편향, 고정관념 등을 꼽는다. 이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부단히 문화와 교양을 쌓으며 뉴스 한 줄, 책 속 한 문장, 지인과의 담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자기 관리와 자기 계발에 도움이 되는 삶의 지침들도 소개한다. 리더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비슷하다. 업무량은 갈수록 늘어나고, 개인적인 시간이나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의욕은 사라져 간다. 저자는 “리더로서 일과 삶, 자기 자신의 영역을 모두 유지하며 균형을 맞춰야 진정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담백한 문체와 리듬감 있는 문장이 돋보인다. 쉽게 읽히면서도 깊이 생각할 만한 화두를 남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17(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