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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텐트-확성기에 포위된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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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텐트-확성기에 포위된 기업들

오늘 아침자 A1,4,5면은 한국 대표기업들이 온갖 종류의 탈법 시위•집회와 민폐 투성이인 현수막, 볼썽 사나운 비방에 시달리고 있는 실태를 다뤘습니다. 고민이 적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29일 ‘삼성 해고근로자’ 김용희 씨가 삼성과 모종의 합의 끝에 고공농성을 끝냈기 때문입니다. 말이 합의지, 실상은 삼성의 일방적 굴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럴 만한 속사정이 있었겠죠. 당사자인 기업이 고심 끝에 받아들였을 ‘합의’의 의미를 굳이 깎아내릴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와 별개로 기업들을 향한 억지성 요구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시위방식에 대한 비판은 온당하고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옥 앞으로 몰려가 스피커와 확성기를 동원해 거친 욕설을 내뱉고 상여, 감옥모형까지 동원해 망신을 주는 것이 현실입니다. 김용희 씨가 물러난 삼성엔 여전히 7-8개의 단체들이 서초동 사옥을 포위하고 있고 현대자동차 롯데 GS 신세계 등의 주변도 온갖 비방성 현수막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지난 한달동안 서울에 신고된 집회 가운데 무려 351건이 대기업 본사 앞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진짜 기업이 책임을 져야할 사안은 몇건이나 있을까요. 거의 없다고 봅니다. 요즘이 어떤 세상입니까. 우리 기자들이 사안별로 하나 하나 들여다봐도 그렇습니다. 기업 측에 문제가 있었다면 벌써 사법당국의 조치가 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시위와 집회가 갈수록 격렬해지는 이유는 이미지 타격을 우려한 기업이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개인간의 분쟁이라면 옳고 그름을 따지고, 자존심을 챙기고,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사안은 끝까지 버티겠죠.

하지만 기업은 자연인이 아니라 법인입니다. 기업 조직을 유지하고 보호하는데 필요하다고 판단이 들면 어느 순간 타협을 하곤 합니다. 비록 그것이 불의라도 말입니다. 김용희 씨가 삼성과 합의를 이끌어낸 것을 지켜본 시위•집회단체들은 이제 한껏 기세를 올릴 것 같습니다. 이 와중에 기업들이 지키고자 했던 원칙과 가치가 무너질까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현장 취재를 맡아준 산업부 지식사회부 건설부동산부 영상정보부 기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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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편집국장 조일훈

(끝)

오늘의 신문 - 2024.04.24(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