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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난' 겪는 일본기업들...'출산율 저하' 한국도 머잖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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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태윤 산업부 기자) 지난 5월14일부터 22일까지 KOTRA는 ‘해외취업 화상면접 주간’을 열었습니다. 구직자가 지원한 회사 인사담당자를 온라인으로 연결시켜 화상면접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면 면접이 어려워지면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였죠.

일본기업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구직자들에게 큰 인기였습니다. 화상면접에 참여한 기업의 81%(50개사)가 일본기업이었고 채용규모 또한 전체 72%(176명)로 참여 국가 중 가장 많았기 때문입니다. 사전 이력서 검증을 거쳐 서류전형을 통과한 일본 취업 면접 대상자도 242명에 달할 정도였습니다. 일본의 비자발급이 중단된 상태인데도 말입니다.

일본은 현재 노동력 부족현상(구인난)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입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일할 사람을 찾아 리크루팅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코로나19가 조만간 잠잠해 지고 비자발급도 가능해 지리라는 전망을 전제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은 노동력 부족으로 구직자 중심의 채용시장이 됐습니다.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인재를 오랫동안 회사에 머물게 할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는 발간되는 서점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수한 인재가 모여드는 채용 노동력 부족을 타파하는 인재전략 채용에 강한 회사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인재획득 경쟁에서 살아남는 채용전략 등 구인기업들의 채용전략에 대한 책들입니다. 한국이 주로 구인자 중심의 서적들이 있는 것에 비하면 대조적입니다.

일할 사람이 부족하면서 일본의 채용 관행도 바뀌고 있습니다. 일본 기업들은 보통 이듬해 4월1일 입사식을 합니다. 이러한 ‘일괄채용’을 위해 3월부터 각 대학에서는 채용설명회가 열리죠. 하지만, 이마저도 바뀌고 있습니다. 일본 경제단체인 게이단롄은 일괄채용을 폐지하고 필요에 따라 연중 채용을 하는 ‘통년채용’을 허용했습니다. 때문에 대규모 취업박람회보다 각 기업들이 구직자를 찾아 나서는 채용활동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딱딱한 대학 강의실보다는 학교앞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자연스레 회사를 소개하고 지원 의사를 묻는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2013년에 설립된 엔리슨(Enrission)은 유명대학 앞에 ‘시루(しる)’카페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대학생에게 회사를 알리고, 구직자는 관심회사를 알아가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죠. 기업들의 스폰을 받아 학생들에게는 무료로 커피를 제공합니다. 이용시간에 제한은 없지만 30세 미만의 학생증을 소지한 대학생, 대학원생만 입장이 가능합니다.

이미 도쿄에는 도쿄대,게이오대,와세다대 등 7개 매장이 있고, 간사이 지역에는 교토대, 오사카대, 고베대 등 10개 매장 이밖에 규슈대, 나고야대 등 일본에 19개 매장이 있습니다. 카페를 연 2014년에는 4만명이던 이용자는 2018년에 45만명으로 10배이상 증가했습니다.

이 카페는 소속 대학의 학생들이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스폰서 기업들은 대학생들의 관심사를 즉각 파악해 채용정책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카페에는 채용전담 컨설턴트를 상주시켜 학생과 기업을 연결시켜 주는 가교역할을 합니다.
일자리 부족은 경력직 전직시장의 활성화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채용뿐아니라 입사후 정착률을 높이기 위해 지원자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비즈니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비즈리치라는 회사는 채용과 정착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문제점과 대채을 제시하는 채용관리 시스템 ‘하모스(Hrmos)’를 운영중입니다.

일본기업들은 직원을 바라보는 시각이 ‘정년까지 근무하는 직원’에서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는 직원’으로 시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만큼 퇴직이 일반화되었다는 것이죠. 그래서 퇴직과 관련된 수속을 전문으로 하는 퇴직대행 서비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머잖아 한국도 출산율 저하로 인한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일본처럼 ‘구인 기업 중심의 채용 시스템’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하고 있습니다.(끝) /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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